코인러버의 다락방
2026학년도 통영고등학교 체육대회 본문
생기부에 대회라는 표현을 기재하지 못하기에 체육한마당이라고 쓰고 체육대회라고 읽는 행사.(세상에 얼마나 많은 뻘짓거리들이 존재할 수 있는가는 생활기록부 기재 요령 읽다 보면 알 수 있음.) 앞선 2년간 학교 공사로 인해 경상국립대통영캠퍼스 운동장, 통영중학교 운동장을 빌려 토요일에 체육대회를 진행했는데(20년 넘는 교직생활 중에 처음 경험해봤던 통영의 매운맛) 올해는 금요일에, 홈그라운드에서 했다. 이게 뭐라고 기쁘냐 정말. 그리고 무려 4시에 행사 끝나서 뒷정리고 뭐고 다하고 나서도 정시 퇴근 할 수 있었던게 너무 너무 행복했다.

새로 산 TS렌즈의 빛갈라짐이 좋아 이렇게 찍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동초점렌즈로도 아직 이 정도 칼핀을 뽑아내는 내 능력 칭찬해. 이 사진까지는 의욕적으로 촬영에 임했으나 올해 최고 기온을 갱신한 날씨, 정수리에 내리 꽂히는 작렬하는 햇살로 인해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어 촬영 포기.

요즘은 애들 표정이나 격렬한 움직임에 집중한 것보다 풍경과 함께 담기는 소소한 사진이 좋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듯. 다이내믹은 내 사진의 추구미가 아님.



개인적으로 체육대회의 꽃은 계주가 아니라 줄달리기라고 생각함. 반 학생들 한꺼번에 다 나오고 구도도 반듯하게 잡을 수 있어 좋음. 우리 반 체육부장씨는 경기에 집중 안 하고 사진 찍는걸 신경 쓰고 있.... 하.... 현진이랑 하은이 표정 대비가 이 사진의 관전포인트.

피구경기 직전, 성국씨 표정은 우승각이었으나 경기는 폭망.

찍으라는 축구는 안찍고 심판 등짝이나 찍고 있....

교장선생님 여깁니다 여기! 개인 면담이 필요한 학생이 여기 있습니다 ㅋ 첫 발령받았던 2005년이나 지금이나 체육대회 반티는 왜 이리 발전이 없나. 거의 다 축구유니폼.

아무 데나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을 수 있는 나이. 부럽구나. 난 이젠 햇볕도 먼지도 너무 두려워서.

체육대회의 최고 묘미는 시원한 교실에 짱 박히기.(사실 점심시간)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던 내 팔에 축구공을 정확히 꽂아 학생에게 모델이 되어 줄 것을 요구했다. 파란 하늘 붉은 등판, 숫자마저 드라마틱한 99. 나한테 공을 맞히고 나서 달려와서는 시키지도 않은 원산폭격을 하며 사과를 하기에 기함을 토했던. 하마터면 체벌 교사로 찍혀 나락 갈 뻔했다.

우리 반 에이스. 공부도 잘하는 게 운동까지 잘해.

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예선에서 모든 힘을 쏟아낸 10반은 이어지는 4반과의 결승에서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다.
그리고 4반은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솔지샘 축하해 ㅜ_ㅜ 미안 눈물 좀 닦을게.

단체사진 찍고 싶은 포인트가 있었지만 애들도 나도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대회 시작 무렵 대충 찍은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이지만 어쩔 수 없이 포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