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러버의 다락방
삿포로 소라치 1984 - 전설의 홉 소라치 에이스 본문



교직에 계셨던 처이모부님께서 은퇴하시고 3월 3일 개학날 삿포로로 여행을 떠나신다는 얘기를 듣고는 너무 부러웠다. 개학날 홋카이도 여행이라니.... 마치 내가 떠나는 것처럼 설레여서 삿포로역 소라치 비어스탠드에서 전용잔에 따라진 생맥주 한잔을 그대로 들이키는 상상을 하다가 해외 직구로 소라치 1984를 구입하고 말았다. 버블 시절의 일본은 남아도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다양한 방면의 덕질을 시도했는데 소라치 에이스라는 홉 또한 그중 하나였다. 1984년에 삿포로맥주에 의해 개발된 이 홉은 당시의 일본 시장에는 먹히지 않았지만 크래프트 맥주의 시대가 도래한 후 미국의 브루클린브루어리에서 만든 소라치에이스가 대히트를 치면서 재평가되었고 2019년, 삿포로 소라치 1984라는 이름의 맥주가 출시되어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불금을 맞이해 한 캔 마셔봤는데 기존의 삿포로 맥주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완전히 처음 느껴보는 풍미가 끝에서 치고 나오는데 그게 소라치에이스홉 특유의 레몬그라스 향인 듯했다. 나같이 절망적인 미각을 가진 사람도 바로 캐치해 낼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명확했고 그게 호불호 요소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내 경우는 극호. 한 캔 다 마시고 나서 다섯 캔 밖에 남지 않은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맥주를 마셔며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더해본다. 이제 10여년 남은 정년, 퇴직하면 바로 그다음 개학날에 맞춰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학교 인근에 차를 세우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출근하는 모습을 잠시 본 후 삿포로로 출발할 거다. 그리고 알루미늄잔에 따라진 소라치 생맥을 마시며 긴 시간 고생했다며 내 마음을 다독여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