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러버의 다락방
나의 진주 - 기억 속의 중국집 양자강 본문


국민학교 때인지 중학교 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북경장에서 주방장을 하셨던 분이 독립해 나와서 양자강이라는 중화요리집을 열었고, 북경장과 맛이 똑같은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중국집 배달은 항상 그곳이었다. 멋모르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도 작은 가게의 짜장면 맛이 참 고급지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그 시절의 우리집에 짜장면을 자주 시켜 먹을 만큼의 여유는 없었기에 가끔 접하는 그 맛이 참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거의 진주고 근처에서 월식을 하고 태산만두라던가 하는 시내의 분식점을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었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자나 깨나 술만 마시고 다녀서 짜장면에 대한 로망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결혼해서 통영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나서 양자강은 내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 있었다. 얼마 전 배원장님이 이곳에 대한 언급을 하신 덕분에 망각의 심연 어딘가 미약한 줄에 걸려 있던 기억이 훅 하고 한순간에 끌려 나왔고 안 가보고는 도저히 못 버틸 정도로 그리운 마음이 커져버려서 진주 들린 김에 지인들을 졸라 함께 방문했다. 사실 배달만 시켜 먹었기에 식당 홀에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다. 평범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가게, 친절한 사장님, 손글씨로 빼곡하게 쓰여 있는 메뉴가 정겨웠다. 짜장면 탕수육 군만두 세트를 시켜놓고 생각해 보니 개업자인 사장님은 이미 은퇴하셨을 것 같고 지금 운영하는 분이 가족인지 아님 다른 분에게 넘긴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잠시간의 기다림 뒤에 식탁 놓인 짜장면과 탕수육은 특별히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딱 예상했던 정도의 맛을 보여줬지만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얹어져 추억보정이 되니 꽤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지인들과 헤어져 경상대 병원 쪽으로 향하던 길에 만난 또다른 중식당 푸푸. 작년에 들렀는 때는 요즘도 이런 곳이 있구나 싶은 가성비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내가 인지한 것만 해도 3년은 된 것 같으니 요즘 같은 불경기를 잘 버텨내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노포가 된 이곳에서 볶음밥을 먹으며 이날을 회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