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y by day

아들의 카메라 선물 후지 중형 똑딱이 GFX100RF

by coinlover 2025. 6. 6.

 

 

예전부터 아들에게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아빠 핫셀블라드 하나만 사줘.”
물론 정말 사달라고 한 건 아니다. 그냥 웃자고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 그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올해 어버이날, 녀석이 그동안 모아 온 돈으로 카메라를 선물해 주겠다고 했다. 듣자마자 왠지 먹먹해졌다. 물론 아들 녀석이 내민 그 돈은 따로 잘 보관해 둘 생각이다. 아들 덕에 카메라를 구입할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고마움은 고스란히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 와이프가 생일 선물로 카메라를 사줬을 때도 감동이었지만, 이번이 좀 더 각별한 느낌인 것 같다. 이 카메라는 정말 팔지 않고 평생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마음 그 자체니까.

 

디지털 핫셀블라드는 한번 써본후 나랑은 맞지 않는 카메라라고 결론 내렸고 이번 기회에 라이카Q3를 써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사실 내 마음에 제일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건 세계 최초의 중형 똑딱이 GFX100RF였다. 뭘 살까 하는 고민을 끝낸 후 맞닥뜨린 문제는 후지라는 브랜드의 어이없는 판매 전략이었다. 실제로 물량이 부족한 건지 아님 희소성을 위해 일부러 조절을 하는 건지. 5월 내로 제품을 구매해 정품등록하고 6월 10일까지 신청을 해야 사은품을 준다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정작 제품은 물량이 없어 예약만 걸어놓고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창원의 한 매장에 직접 예약을 걸었을 땐, 직원이 “4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라고 하길래 설마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더라. 결국 다른 경로로 구하긴 했지만,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이벤트 구매 시점을 기준으로 기한을 정해놓고는, 제품은 언제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니 이 정도면 소비자 기만 아닌가?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카메라는 결국 내 손에 들어왔다. 구매 과정이 여태껏 샀던 카메라 중에 제일 기분 나빴지만 카메라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중형카메라치곤 너무 가볍지만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이 카메라에 담긴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젠 정말 찍는 사진마다 더 소중하게 다가올 것 같다. 나중에 언젠가 아들에게 다시 물려줄 그날까지 오래도록 함께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