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시작된 울화가 토요일 저녁에 정점에 이르렀다. 속에서 천불이 나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이 제대로 도졌다.). 그저 책상을 내려치고 입으로 시발 시발을 중얼거릴 뿐. 내내 괴로워하다가 일요일 점심에 봉수골 백서에 가서 올해 첫 냉면 국물을 한모금 들이키고 나니 그나마 좀 나아지는 듯 했다. 나라를 잃은 듯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가슴 속에서 용솟음치는 날에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까맣게 타들어가 가벼운 바람에도 끊어져버릴 듯 가늘어진 정신줄을 어찌 잡아두어야 할까? 불량 공화국의 시민으로 살아가는게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