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ragmentary thought/As coinlover

Y에게

by coinlover 2024. 12. 10.

 
1.
사실 난 임기 5년밖에 안 되는 대통령이 겁이 없다는 말을 했던 당신이 그렇게 기세 등등 하게 설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래봐야 당신도 5년짜리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거든. 그때부터 이미 당신은 종신집권을 생각했던 거야. 그러니까 당신은 5년짜리가 아니고 겁이 없어도 되는 거였겠지.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진심이었다는 걸 몰라줘서 미안해. 정말 하나도 허투루 내뱉은 게 없어. 
 
2.
바이든에게 그렇게 모든 걸 내줬던 것도, 기시다에게 자존심도 없는 개처럼 설설 기었던 것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어. 처음부터 불법적 방법을 통한 장기독재를 꿈꾸고 있었기에 두 우방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했겠지.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비굴하게 구는 이를 도와줄 생각이 없었을거야. 아무리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제껴도,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폭탄주를 권해도 그들은 당신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을 테지. 바이든도 기시다도 마법의 그 단어 '날리면'이 되어버린 지금, 당신 편에 서주지 않을 것 같은 트럼프와 이시바를 보며 마음이 조급 해진 건 어쩔 수 없었을지도.
 
3.
사람들이 당신은 이제 다 끝났다고 그래. 그런데 솔직히 난 아직도 당신이 겁난다. 대국민담화 시작하던 순간에 살짝 웃던 당신의 얼굴이 그렇게 소름끼쳐 보이더라. 아직도 당신에게 몇 가지 수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싹해질 때가 있어. 이건 나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 법 체계의 허술함을 깨달아버린 모든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심이겠지. 그래서 그냥 당신이 권력에 미친 겁 없는 바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소인배가 한때 우리나라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슬프지만 밑도 끝도 없는 공포보다는 수치스러운 슬픔이 나을 것 같아. 
 
4.
당신 부하들의 말처럼 우린 또 잊을거야. 1년이 지나면, 5년이 지나면. 아니 어쩌면 한 달만 지나도 잠잠해질지 모르지. 그리고 당신이 아니라도 당신 같은 사람들이 아직 버거울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알아. 그래도 말이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생처럼 어디서 어떻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게 우리 국민들이더라고. 그러니 너네들의 경험에 근거한 그 바람이 어쩌면  이뤄지지 않을지도 몰라. 솔직히 이번 사태 전까지 난 힌국이 이미 글러먹은 나라라고 생각했어. 무엇보다 나라의 기풍(일본말이라고, 안좋은 단어라고 쓰지말라는 이들이 있던데 내 어휘력이 부족해서 대체할 비슷한 느낌의 단어를 못 찾겠다.)이 완전히 무너진 것 같았거든. 그런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희망은 남아 있는 것 같아. 당신이 내던진 이 혼란, 어떻게 수습해 볼게. 그러니 미적거리지 말고 이만 떠나줘. 이제 그만. 우린 헤어질 결심이 공고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