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산병원 검진이 아침 일찍 잡혀 있어서
새벽2시에 통영에서 출발해 4시에 인삼랜드 휴게소 도착.
휴게소의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싼건 몇년만.
아들 수술 때문에 들락날락하다가 이젠 와이프 데리고....
벗어나고 싶다 아산병원.
진료 시간 못맞출까봐 마음이 급해서 주유만 하고 지체없이 출발.
아침 6시 서울 아산병원 도착.
2시간만에 채혈하고 MRI 찍고 검사 종료.
검사 결과는 바로 안나와서 일주일 뒤에 다시 상경해야함.
이럴거면 지방 병원에서 채혈하고 MRI찍어서 보내면 되지 않냐고 묻고 싶지만
자기들이 직접 안찍으면 제대로 검사할 수 없다고 하니
할말 없는 촌사람은 그냥 몸으로 떼울 수 밖에.
어쨌든 밤새 400Km 가까이 운전해서 달려와서 별로 한 것도 없이 병원 일정은 끝.
내려가기 전에 밥은 먹어야할 것 같아서
그나마 만만해보이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의 파이브가이즈에 갔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웨이팅이 있었지만 이젠 유행이 한풀 꺾인건지(4군데나 생겨서 그런건지)
11시쯤 바로 들어가 널널하게 주문했고 자리도 꽤 비어있어 매장 내 취식이 가능했다.
베이컨치즈버거 소스 토핑 올더웨이, 리틀치즈버거, 감자튀김 작은 것,
셰이크 두개 시켰더니 5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
기본 주전부리로 퍼먹으면 되는 땅콩은 짜고, 감자튀김도 짜고, 햄버거도 짜고, 셰이크는 달았다.
땅콩기름으로 튀겼다는 감튀는 먹다보니 땅콩향이 한가득. 작은 걸로 시켰음에도 양이 어마어마했다.
햄버거가 맛있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호들갑 떨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요즘 햄버거들이 워낙 상향평준화되어 있어서.
그래도 궁금한걸 먹어봤으니 만족.
진진이가 먹고 싶어하면 한번쯤 다시 와볼 듯.
언젠가 부산에 오픈하면 당연히 가볼테고.
통영으로 출발하기 전에 고터 빈브라더스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꽤 유명한 커피 브랜드로 알고 있었는데
맛은 뭐.... 그냥..... 저냥....
다시 통영까지 400Km 가량을 달렸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서울 왕복했더니 정말 몸이 망가지는 듯한 느낌이 돌직구로 들어왔다.
다이어트고 뭐고 일단 살고 봐야겠다 싶어서 통영 도착하자마자 모란포차 가서 모듬회 주문.
시마아지(줄무늬전갱이)가 정말 정말 입에 촥 달라붙는 맛이었다.
바로 내 최애 생선으로 등극.
일본 드라마 같은거 보면 아지프라이가 정말 자주 나오는데
튀겨먹으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생맥도 한잔 시켜서 바로 원샷 때림.
진짜 천상의 맛.
크리미한 질감에 톡쏘는 탄산감까지.
케그 바꾼지 얼마안된건지 정말 최고였다.
모란포차 가던 길에 만난 간판.
통영 생마차가 오픈 준비중. 생맥주 1900원(500cc는 아니지만)!
개업하는 날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먹고 터덜 터덜 집으로 걸어오는데 노을이 와.....
오늘 하루 고생했다고 위로하며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프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하루.
지방의료는 붕괴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서울은 지방민에게 친절하지 않다.
건강이든 뭐든 한발만 삐끗해도 각자도생의 대한민국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