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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오늘 하루 20200726

coinlover 2020. 7. 27. 06:42

일기예보에는 다음주까지 내내 흐리고 비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믿을 수 없을만큼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어 씻지도 않고 평인일주도로, 경상대학교 통영캠퍼스, 멘데길까지 카메라와 드론을 챙겨서 달렸다. 드론용 마이크로 SD 카드를 챙겨가지 않은데다 카메라용 메모리카드도 용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오랜 잠수 끝에 뭍으로 올라온 듯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여러 사태가 겹쳐서 만들어진 2주간의 우울증,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사진을 찍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나 사진은 내게 숨과도 같은 존재.   

집에 와서 오랜만에 김밥을 말았다. 기존에 쓰던 대나무발이 너무 더러워져서 실리콘발을 새로 샀는데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김밥 결과물은 더 예쁘게 나오는 것 같지만. 밥과 김밥소의 균형이 잘맞춰진 김밥은 세상 그 무엇보다 맛있다. 내 김밥이 그렇다. 사실 사진보다 김밥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들고 내가 너무 맛있어서 내가 다 먹어버렸다. 

오후에는 오랜만에 카페 투어를 나갔다. 평인동에 괜찮은 카페가 생겼다고 해서 다녀왔는데 공간도 좋았고 음료도 괜찮았다. 카페에서 돈쓰는 건 자제하기로 했지만 장모님께서 사주신 것이니 뭐. 

태평성당 저녁미사에 가던 길 땅에 내려앉아 움직이지 않는 참새를 만났다. 35mm 화각의 렌즈로 거의 근접해서 찍었는데 움직이지 못하는걸 보니 어딘가를 다친게 분명한 듯 했다. 데려와서 치료를 해줄까도 생각해봤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대로 두고 발길을 돌렸는데 미사 마치고 나오니 사라져 있었다. 좀 쉬다가 날아간 것일까? 고양이가 채어간 것일까? 어떤 호인이 치료를 위해 데려간 것일까? 소설의 결말을 읽지 못한채 덮은 것 처럼 궁금증이 밀려왔다. 어떤 상황이었든지 해피엔딩을 맞이했기를 기원하며 여름 느낌이 나는 밤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