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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작가의 신작인데다가 

 

표지 사진이 구본창 작가님 사진(인코그니토 전시작 중 하나)이니

 

구매 안할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다.

 

괴력난신을 배척하는 유교적 사상에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

 

장르 소설의 한 유형인 판타지도 그저 애들이나 보는 것으로나 치부해왔던 문학계에서

 

이영도 작가만큼 자리를 잡아낸 사람이 또 있을까.

 

예술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아온 사진이라는 분야에서 구본창 작가님만큼

 

인정받은 사람이 또 있을까.

 

가장 심하게 소외받은 판의 거장 두사람의 만남이라고 거창하게 해석했기에

 

이 소설의 발매를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나보다.   

 

더욱이 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선을 통해 이영도 작가의 시하와 칸타의 장이

 

소개되는건 다양성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용도가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기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면 무협지와 환상소설을 접하며 커왔던

 

30-40가 지금의 주류세대로 성장해버렸기 때문이겠지만) 

 

 

 

이 짧은 소설은 인류가 멸망의 길로 접어들고 있던 시대의 한국,

 

다양한 환상종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인간과 혼재하고 있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멸망을 대하는 한 인간의 생각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드래곤, 요정, 간다르바, 캇파 등 판타지에서 등장할만한 존재들이

 

원래 그랬다는 듯이 당연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단어와 문장이 가지는 중의성을 가지고 놀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판타지지만 판타지 같지 않은 이영도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있으므로

 

요즘 유행하는 이 세계물이나 먼치킨류의 작품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아니 뭐 이영도 작가 작품에 그런걸 기대하는 이는 없겠지만)

 

드래곤과의 거래에서 필요한 것이 마법의 영창이 아니라

 

문학 내용에 대한 대구라는 것은 얼마나 기발한가.

 

모든 텍스트가 소멸한 시대에 보물 그 자체가 되어버린 문학에 대한 지식이라는

 

설정은 책과 활자 마니아인 나의 마음을 뺏아가기에 충분했다.

 

드래곤라자나 퓨쳐워커, 폴라리스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새

 

정도의 스케일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내용의 소소함에 실망 하실듯.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편들만큼의 분량을 자랑하는 소설을 읽어낼

 

끈기가 없어져 버린 나로서는 이렇게 짧은 내용 안에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 이 작품(이영도 작가는 언제나 세계관 구성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므로)이 좋았다.

 

그가 또 다른 장편에 도전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소소한 단편들만이라도 가끔 세상에 풀어놔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