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처음 먹어봤던 도다리쑥국.
첫발령지인 남해의 어느 식당에서 은사님께서 사주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얻어먹는 처지에 메뉴를 따질 수는 없었고 선생님 앞이라 맛있는 척하며 먹긴 했지만
도다리도 쑥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봄이 되면 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해에 근무하는 5년 동안 매년 봄이며 은사님, 선배님들의 손에 이끌려 이 도다리 쑥국을 먹으러 다녔지만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의무방어전용 음식일뿐 도무지 입에 맞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내륙 지역인 진주에서 근무했던 5년 동안은 먹을 일이 거의 없었기에 잊고 살다가
다시 바닷가인 고성에 발령받고 학년부 첫회식으로 먹었던 음식이 도다리쑥국이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그 지겨운 음식과의 인연이 다시 시작되는건가 하며 쓴 웃음을 지었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니 국물이 주는 봄의 향이 훅하고 와닿았다.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분명 싫어했던 음식인데
20대 때는 도무지 알 길이 없었던 음식의 계절미를 느끼다니.
이런게 나이를 먹어간다는걸까?
어릴 때는 몰랐던 맛을, 계절을, 삶이 주는 재미를 하나 하나 발견해간다는게 갑자기 즐겁게 느껴졌고
그 계기가 되었던 것이 도다리쑥국이었기에 이 음식이 내게 가지는 의미는 봄의 상징 그 이상이었다.
이제는 새학기의 시작점이 되면 꼭 도다리쑥국을 먹곤 한다.
부장이 되고 나서는 도다리 쑥국을 쏘는 것으로 계원들과 안면을 트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27살 때의 내가 써놓은 글이나 찍어놓은 사진,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
지금의 나와 달리 젊고 재기발랄한 누군가가 있었던 것 같아서,
도다리 쑥국을 싫어했던 그 청년을 이제는 그 사람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아서 슬플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퇴화하긴 했지만
더 세심하게 세상을, 계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삶을 살아가는 지금의 내가 있으니,
음식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사유하는 내가 되었으니
예전의 나를 잃어버린 것이 단순히 시간과의 싸움에서 진 것이라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도 도다리쑥국 한그릇에서 봄의 기운을 느끼며 매순간 죽어가는 나를 바탕으로
매순간 새로 살아가는 나를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