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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맛집 탐방도 잘 못다니고 집에 콕 쳐박혀 있었더니

정말 오랜만에 통영로그를 작성하는듯.

기분이 다운될 일이 있어 스트레스 풀려고 강구안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서울식당에서 낙지볶음을 먹고 기분전환을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텐동321이라는 간판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가봤다.

니지텐이 독주하던 통영 텐동판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길만한 일이긴 한데 2층에 있는데다가 간판이 작고

너무 캐주얼 분식스러운 디자인이라 긴가민가하는 심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지만 큰 특색은 없다.

요즘 일식집들에서 기대하는 그런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니지텐에 비해서는 훨씬 넓은 편이라 식사하긴 오히려 편했던 것 같다.

이 가게의 인테리어의 최대 장점은 창을 통해 바라보는 강구안 풍경.

개인이 창업한 가게는 인테리어 부분에서 프랜차이즈와 다른 특징을 어필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이 집 간판 등을 보고는 프랜차이즈 업소인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큰 특징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뷰는 인테리어의 소박함 따윈 다 잊을만큼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텐동을 먹으면 다른 디테일 따윈 기억나지도 않을 것이다.

이 뷰를 갖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을 모두 쏟아 부었다고 해도 이해할 것 같다.  

손님이 3테이블이나 있었던 데다가 텐동 자체가 워낙 조리 시각이 오래 걸리는 음식인지라

주문한지 한참을 기다려 마주하게 되었다.

(텐동집에서 음식 재촉하면 안된다.

조리하는 사람의 마음이 급해지면 튀김 퀄리티가 흔들리기에.

그냥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 텐동집 손님의 미덕이다.)

이 집의 기본 메뉴인 321텐동

- 새우2, 제철생선1, 갑오징어1, 연근1, 가지 1, 꽈리고추1, 단호박1, 김1, 온천계란1

로 구성되어 있는데 양이 꽤 많다. 가격은 9000원.

(어느 텐동집을 가더라도 스페셜을 먹는 편인데 이 날은 스페셜 텐동이 안되는 것 같았다.)

나무식판에 텐동, 장국, 기본반찬(김치, 피클, 단무지)가 함께 나오는데

기본 반찬 종지가 그리 고급스럽지 않은 분식점용이라 플레이팅 느낌을 깎아먹는 것이 좀 아쉬웠다.

텐동 그릇 또한 검은 도자기 소재였는데 밝은 계열로 썼으면 사진이 더 잘나올 것 같았다.

플레이팅의 아쉬움을 차치하고 맛본 텐동은 상당히 괜찮았다.

재료 자체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고 튀김 또한 몇개는 바삭함이 조금 아쉽기는 했으나 맛있게 먹었다.

새우튀김은 당연히 좋았고 개인적으로 연근 튀김을 애정하는지라 귀여운 크기의 연근 크기가 섭섭했지만

갑오징어의 탱탱한 식감은 감동적이었으며 김튀김 또한 부각을 먹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감칠맛이 있었다.

밥이 조금 꼬들했다는 것은 사장님도 인지하고 계셨던듯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온천계란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 것이 텐동의 백미,

일반적인 간장계란밥을 상회하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짤한 그 맛과

간간히 씹히는 튀김부스러기의 조합은 어느 집의 텐동을 먹더라도 사랑스럽다.

그리고 구색맞추기로 나오기 쉽상인 장국도 맛에 신경을 꽤 쓴 듯 감칠맛이 좋았다.

어떤 점에서는 니지텐을 상회하기도 했기에 봉수골에서 줄서는게 부담스러운 분들은

이 집 텐동을 대안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얼마전에 먹었던 창원의 모리텐과 비교하면 확실히 더 낫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텐동을 맛있게 먹고 나면 과한 기름 섭취로 인해 속이 부대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 텐동은 그런 느낌이 거의 없었다는 것.

먹고 나서 대단히 깔끔한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텐동을 먹고 나면 소화가 안되서 고생하는 와이프도 여기서 먹은 건 괜찮았다고 하더라.)

텐동의 느끼함이 부담스러우셨던 분들이라면 여기 텐동을 한번 경험해보시길 권한다.

부부가 운영하는 집인듯 했는데 두분다 인상 좋고 친절하셔서 가게를 나오면서

즐겁게 식사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직 가오픈 기간인 것을 감안해보면 정식 오픈 때는 더 깊어진 맛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