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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의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진주시 칠암동 거리를 걸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가본 천전 시장 내부에는 7살의 내가 바라봤던 기이한 느낌의

시장 이미지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내 인생의 첫 어버이날 설물로 손톱깎이를 샀던 만물상은 이제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가게 안에는 기억을 되돌릴만한 것들이 한가득 들어앉아 있더라.

갖고 싶은 프라모델이 한가득 쌓여있던 완구점에도 철제 셔터가 굳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 뒤로 가죽 점퍼를 입고 있던 장난감 가게 아저씨가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내 기도를 들어주고 계신 성모님,

웨딩샾 안에 서있는 검은 얼굴의 마네킹,

포시즌(내게는 귀빈예식장이지만) 주차장 은행나무에 걸려있는 주의 팻말,

남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어떤 것들이지만 내게는 하나 하나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담겨있는,

지난 시간이 무조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포인트들이다.  

분명 슬픈 일이 한가득이었고 외로움으로 점철된 나날들이었는데

머리 속에서 재생되는 옛 시절의 이미지들은 봄날의 햇살 속에 서있는 것처럼 따뜻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