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오후4시,
아침에 먹은 김밥의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해
실내 자전거를 80분간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땀이 비오듯 흘러 입고 있던 옷이 흥건히 젖었네요.
샤워를 간단히 하고 물한잔도 마시지 않은채로
집 근처의 역전할머니맥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얼음맥주 500CC를 시켜 단숨에 들이킵니다.
캬~~~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이 맛이 바로 맥주죠.
한국 맥주 맛있니 없니 하는 소리는 이 순간에 의미를 상실합니다.
갈증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대가리 깨지게 시원한 얼음 맥주는 진리죠 진리.
황금빛의 맥주가 전설로 전해지는 암리타 혹은 신들이 마신다는 음료 넥타르 같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이 집이 딱 좋은게 애들을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진진이 입맛에 맛는 냉동 고르곤졸라 피자가 있어 그걸 다 먹을때까지는 저도 맥주를 마실 수 있습니다.
딱히 맛이 엄청난건 아니예요.
늘 시켜먹는 옛날통닭 반마리도, 국물이 먹고 싶다는 와이프 요청에 시킨 어묵탕도
다 고만고만한 투다리 스타일의 안주 맛입니다.
그래도 이른 오후에 문을 연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여름날 낮맥(그것도 살얼음이 낀 맥주라면)은 최고죠.
오후4시인데도 손님이 4테이블이나 차있습니다.
많은 손님들 중 특히 카운터 바로 앞에서 소맥을 즐기고 계신 어른신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네요.
그 시간에 친구를 불러 맥주 한잔할 수 있는 노년이라면 제 기준에서는 대단히 행복한 인생인 것 같거든요.
나이를 먹고 삶을 돌아볼때쯤이 되었을 때 낮맥 한잔 할 수 있는 사람이 한두명쯤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