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PG(퍼펙트그레이드)
(참고로 건프라의 등급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아래의 정도.
PG - 퍼펙트그레이드 1/60으로 축소한 스케일이며 내부 프레임 재현, 카메라 아이 LED 발광 등의 기믹이 기본 탑재되는 최고급 등급.
MG - 마스터그레이드 1/100의 스케일이며 내부 프레임이 어느 정도 재현되며 PG보다는 못하지만 다양한 기믹과 디테일이 발군인 등급.
RG - 리얼그레이드 1/144스케일이며 특수 사출로 팔이나 다리 내부 프레임이 조립된 채로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HG크기에 MG 급의 기믹과 디테일을 갖춘 등급.
HG - 하이그레이드 1/44스케일이며 조립이 가장 간단하고 가격이 10000원대부터 시작하는 경제적인 라인업.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주먹손이 특징이며
도색과 스크래치 빌드를 하는 전문 모델러들이 가장 선호하는 등급이기도 하다. 만드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완전히 다른 건프라가 되는 것이 특징.
이 외에도 점보 그레이드, RE100, HIRM 등의 라인업이 있다. )
98년 11월에 PG- RX-78이 처음 발매되었으니 이미 20주년이 넘었다.
대학생 때는 술마시고 노느라 건프라로부터 관심이 멀어졌었지만
초등학생때 만들었던 구판 뉴건담 같은 모델과는 전혀 다른 디테일과 기믹들에 놀라서 엄청 갖고 싶어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시절 10만원 중반대의 가격은 넘사벽의 것이었고
그 시절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진주에는 변변한 모형 전문점도 없었기에
구하는게 하늘의 별따기 였다.
(추운 겨울날 오후 진주성 뒷문 쪽을 지나다 합동 과학(?)이라는 모형점에 진열된 이 제품의 박스를 한참 보고 서있었던 기억이 난다.)
직장인이 되어 PG를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고는 당대에 출시되는 새로운 모델들에 집중하느라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이 녀석과의 인연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PG 발매 20주년이라는 이상한 의미 부여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번에도 구매하지 않았을 듯.
갑작스런 처가집 행사에 하루 종일 운전사로 수고한게 고마웠던지
와이프가 건프라를 하나 사주겠다고 해서 마침 특가로 나와있던 PG RX-78을 망설임없이 지르고 거침없이 조립했다.
가장 최근에 만들었던 PG 엑시아에 비하면 플라스틱의 질이나 제품의 마감등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만드는 재미는 오히려 월등히 좋았다.
내부 발광 기믹 등에 집중해 프레임 재현을 등한시하고 있는 요즘 PG들과는 달리
진짜로 움직이는 기계같은 내부 재현을 시도하려했던 시절의 제품이라서 만드는 내내 지루함없이 즐거웠다.
(건프라 만들때 가끔 내가 내 돈 주고 왜 이런 노가다를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때가 있다 ㅋㅋㅋ)
개인적으로는 여태까지 만들었던 PG(건담마크2 RX-178, 유니콘 밴시노른, 건담엑시아)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조립감과 결과물이었다.
반다이가 장인 정신을 갖고 제품을 만들었던 시절의 혼이 느껴지는 제품이라는게 이 녀석에 대한 총평.
20년이나 지났으니 리뉴얼버젼이 등장할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녀석 자체만으로도 빠지는데가 거의 없어
당분간 더 버텨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