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전속모델인 김민정.
3년동안 같은 반으로 가르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기쁘다.
내 손을 1년 떠났다가 돌아온 이창훈.
눈빛이 깊어진 만큼 모든 부분에서 성장했기를.
종교가 같아서 동질감을 많이 느끼는 김다현.
10년 뒤에 신부가 된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
내가 지고 있는 가장 무거운 짐 서정민.
이 녀석의 완성을 보고 싶다.
처음 맡아보는 장현태.
시작부터 반장이야. 잘 몰랐는데 일을 잘해서 깜짝 놀람.
웃는 얼굴이 어울리는 강나경.
자는 모습도 완전 귀엽지만 올해는 깨어있는 모습을 더 자주 보고 싶군.
1년만에 우리반으로 복귀한 천유민.
자신이 커다란 잠재력을 품고 있음을 깨달아주길.
역시 1년만에 돌아온 김하늘.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제자임.
사진 모델로도 정말 좋아하는 느낌을 갖고 있음.
친구들로부터 보살이라 불린다는 이지영.
한번쯤 담임으로 만나보고 싶었는데 올해 이뤄졌구먼.
나의 전속 모델 중 한명인 구시모.
3년동안 내 밑에 있는게 그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작년 한해 많이 발전해주었기에 올해도 그만큼 성장해줄거라 기대한다.
3년만에 처음 담임을 맡은 백지하. 마음으로는 이미 10번쯤 담임한 느낌이구먼....
이 사진처럼 조금 더 진중한 느낌으로 일년을 살아주길.
흑백사진을 찍다보면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저 흑과 백의 경계 사이에 숨어있는 무수한 계조들과 느낌을 어떻게 다 찾아낼 수 있을까?
35mm 판형의 작은 프레임 안에도 내가 평생 다뤄도 감당하지 못할만큼의 질문들이 담겨져 있을터다.
때로는 그 압도적인 양에 눌려 사진을 바라보기조차 힘들 때가 있지만 숨고르기를 하고 차근 차근 선을 짚어나가다 보면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희미한 윤곽같은 느낌을 잡을 때가 있다.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 아이들의 속에 숨어있는 그 미묘한 감정들을 내가 어떻게 다 잡아내고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때면 담임을 맡는게 너무 무섭고
내가 처해있는 3학년 부장이라는 감투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래도 3년이라는 시간을 쉼없이 봐온 덕분인지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가진 감정의 윤곽선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대학을 어떻게 보낼까 싶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성적이 자연스레 머리에 들어오고
어떤 대학에 보낼 수 있을지가 이미지로 새겨지더라.
그래서 여전히 무섭기 그지 없는 담임이고 부장이지만 하루 하루 어떻게 끌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농담처럼 말하고 있는 인터스텔라급 작가가 되면 지금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진을 바라볼 수 있겠지.
언젠가 내가 제대로 된 교사로 바로서는 날이 온다면 지금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학생들을 바라볼 수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며 내 삶의 큰 축인 사진과 학교를 대한다.
실제로 그런 날이 오게 될지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