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제사밥이란 말그대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제사 음식만 먹는 것이죠.
유래를 찾아보니 글공부하던 선비들이 야식으로 챙겨먹던게 이 헛제사밥이라고 하더군요.
대학교 1학년때 안동으로 답사가서 안동 헛제사밥을 먹어봤지만
그때는 완전 애 입맛이었을 때였고 제사음식이 그리워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만.....
저희집도 제사를 모시지 않고,
처가집도 제사를 모시지 않아
몇년간 제사 음식을 구경도 못했다보니
제사 마치고 탕국에 나물 비빔밥 해먹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더군요.
그래서 이리 저리 날을 보다가
결국 지난 일요일에 진주에 있는 헛제사밥집에 다녀왔습니다.
명인이 운영하는 집이라고 나름 유명한 곳이더군요.
손님이 엄청 붐비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가기 전에 따로 예약을 할 필요는 없구요.
주차하기도 좋아서 그냥 맘편하게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헛제사밥 정식이 1인분에 15000원이고
2인 이상 식사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더군요.
비빔밥을 말고 헛제사밥 정식을 드려야
나오는 음식들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음식은 전부 정갈하고 맛있었습니다.
제사 모시고 먹던 그맛 그대로라 참 만족스러웠네요.
제사 음식에 대한 추억이 없는 젊은 분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느새 나이를 먹어 아재 레벨이 된 저에게는 너무 좋은 맛집이었습니다.
문어 숙회
각종 전들
삶은 계랑과 소고기 꼬지
각종 정과류
죽순 구이
소불고기
수육
기본 음식을 다 먹어갈 때쯤 비빔밥을 내 주십니다.
제 기준에서는 밥이 조금 더 꼬들꼬들 했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다른 분들 기준에서는 딱 잘된 밥입니다만 저는 워낙 꼬들밥을 좋아해서)
생선들.
짭조롬하니 간이 잘되어 있습니다. 그냥 먹기는 좀 짜고 밥이랑 먹으면 딱 좋습니다.
탕국
세상에 이걸 그리워하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좋았네요.
비빔밥 위에 탕국을 끼얹어줍니다
이리저리 비벼주면 완성.
제사 모시고 나서 음복하던 딱 그 비주얼 입니다.
어릴 때는 탕국에 들어간 홍합을 안먹을거라고 그리 떼를 썼는데
지금은 찾아서 먹게 되네요 ㅋㅋ
비빔밥에 소고기 꼬지 올려서 한입 먹으니....
세상 맛있네요 ㅋㅋㅋ
후식으로 나온 매실차에 담긴 전등의 자태가 참 이채롭습니다.
옛시절에는 저 찻잔 속에 전등이 아니라 달이 담겼겠지요?
이제 우리나라의 제사 문화도 몇세대를 넘어가기 힘들거라고 봅니다.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중노동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도 그렇고
전통이라는 것의 해체가 매우 가속화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몇몇 사람들이 예전을 추억하며 헛제사밥을 먹고 있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프랜차이즈 음식점 처럼 늘어날지도 모르지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