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때까지 늘 첫째 줄에
겨우 160 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이번 학기 학년구성부터 되도록이면 남녀분반으로 한다는 반편성 기준이 추가되어
인문반 3반을 제외한 모든 반의 학생들이 성별에 따라 갈라지게 되었다.
그 중에서 제일 신경쓰이는 반이 공부는 제일 못하고 노는건 무진장 좋아하는 2반.
담임선생님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학년부장으로서 참 미안한데 이 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뭔가 복잡하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이후부터 이 반에만 들어가면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이미 자기 자아에 대한 인식과 자기애로 충만한 여학생들에 비해
너무 어리고 철이 없는 이 녀석들.
남녀간의 정신연령 차이라는게 이렇게 심하구나 하는 것이 몸으로 느껴져
남학교만 다녔던 나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첫발령 받았던 남해제일고에서는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캐치할 만큼 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못느끼고 넘어갔던 부분이 나이가 들고 교직 경력이 늘어가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영악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것을 잘 챙기는 여학생들에 비해
아직도 중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녀석들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이상한 애정이 샘솟는게 참....
언젠가 졸업 앨범 같은 걸 보면서 지금 이 시절 자기는 몰랐던
감정을 깨닫는 학생도 생기겠지.
피씨방이나 전전하며, 축구에 목숨을 걸며, 시덥잖은 농담이나 주고 받으며 낄낄거리던
자기의 속마음에 뭐가 숨어 있었는지.
자기도 몰랐을.
그래서 시간이 지난 후에 아쉬움과 그리움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회한들이
가슴을 할퀴고 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