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학부모 간담회 때도 비가 오더니
올해도 그렇다.
작년까진 학부모 간담회를 하면 그러려니 했는데
올해는 부장이 되니 기분이 참 묘했다.
작년에는 학부모가 30명이었다면
올해는 168명쯤으로 늘어난 느낌이랄까.
부담감을 갖지 않으려 해도 부담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사실 교사와 학부모가 만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학생에 대한 답답한 마음만을 공유하게 될 뿐.
그동안 몰랐던 학생의 성적 현황을 알고 얼굴이 붉게 상기된 학부모님.
선생님 보기가 민망해서 자주 못온다는 학부모님.
자식 때문에 교사 앞에서 항상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학부모님들이 나는 너무 슬프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 학부모님의 마음과
학교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시키려는 학교의 마음이
연결되는 거의 유일한 매개체이기에
매년 이어지는 이 지난하고 슬픈 행사를 진행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학생보다 교사와 학부모가 그의 미래를 더 걱정하는
이런 전근대적 교육의 모습 역시
지속되는 과도기의 일부.
학부모와 교사가 만나 마음 편한 담소만을 나눌
그런 교육의 봄날은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