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하는게 뭐냐고 물으면
상위 순위에서 고려될 정도로
나의 라면 끓이기 스킬은 대단한 편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수백 아니 수천번은 끓여오며
단련된 탄탄한 기본기로 인한 것.
가장 적절한 물의 양, 완벽한 불조절을 통해
먹을 때 제일 만족스러운 면의 탄력을 유지하는
나의 능력은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와이프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일은 있어도
내가 먹는 경우는 없었던 것.
이것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면식 수행계에서 꽤나 이름 높은 햏자로 불려왔던 내가
면식계를 떠나있었다니....
이제 체중 유지가 어느정도 성공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모처럼 라면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달만에 영접하는 라면을 어찌 가볍게 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라면 선정부터 신중을 기했다.
내가 제일 애정하는 삼양라면
계란 하나만 풀면 완벽한 국물맛을 자랑하는 라면계의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며칠전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찜해놨던
1만 5000원에 두개세트로 구성된 랍스터 꼬리팩을
끓는 물에 넣어 미리 해물 육수를 우려냈다.
그리고 랍스터 꼬리를 건져낸 후
라면을 넣어 익히기 시작했다.
일단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를 넣고 면을 넣은 후
면을 풀어준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계란을 넣었다.
미리 썰어놨던 파를 넣고
마지막으로 한번 익었던 랍스터 꼬리를 다시 올려 살짝 더 익혔다.
계란이 완전히 익기 직전의 순간을 잘 계산하여
라면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결과는 퍼펙트.
랍스터의 풍미가 가미된 완벽한 국물.
아마 해운대 포장마차에서 맛봤던 랍스터 라면의 그것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으리라.
그리고 꼬들꼬들함과 부드러움의 딱 중간쯤에 위치한 면의 식감.
완숙과 반숙의 중간에 위치한 계란.
라면 국물이 어느정도 스며든 탱글탱글한 랍스터꼬리살.
8개월 만에 맛보는 라면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완벽하게 준비하고 끓여낸 한그릇이기에
더할나위 없는 맛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뒷정리를 한 뒤에
실내 사이클에 올라타고 아무 생각없이 두시간을 달렸다.
몸무게를 확인하니 72Kg
한치의 변화도 없다.
라면을 영접한 오늘은 정말 완벽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