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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성당 갈 준비를 하시는 어머니의 상반신 포트레이트를 찍었다.

 

마침 한복도 입으셨겠다 조명은 없지만 자연광이 괜찮은 편이었고

 

마침 통영에서 출발할 때 85mm 렌즈를 마운트 해두었기에

 

별 뜻 없이  카메라를 들었던 것이다.

 

배경 정리가 제일 잘되는 위치를 잡아 이쪽으로 한번 서보시라고 하니

 

영정사진 쓰려고 그러냐고 웃으신다.

 

어머니도 나도 심각한 생각 없이 그냥 사진을 한 장 찍고 성당에 다녀왔지만

 

눈 수술을 하고 나서 부쩍 저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 게 내심 신경 쓰였다.

 

 

 

 

집에 와서 사진 보정을 했다.

 

얼굴에 주름과 검버섯이 많이도 생겼다.

 

그리고 수술한 왼쪽 눈에는 아프시기 전과는 다른 어색함이 어려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에 내린 세월의 흔적을 지워나가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보정한 사진이 원래 어머니의 얼굴인양

 

주름 하나 없이, 검버섯 하나 없이 맑은 얼굴이 지금의 모습인양 느껴졌다.

 

사진처럼 지워낼 수 없는 시간의 비가역성이 슬프기만 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