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께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리빙앤라이프스타일 박람회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진진이와 와이프까지 대동하고 빗길을 달렸습니다.
저도 집안 인테리어 소품 보는걸 상당히 좋아해서 기대를 했습니다만.....
하우징페어와 함께 진행되고 있었기에 정작 리빙앤라이프스타일 부스들은 수도 적고 볼만한 것도 크게 없더군요.
그나마 눈길을 끌었던 것들은 공구 덕후인 제 마음을 흔들었던 헤비한 저 녀석들과
차량에 두고 다용도로 쓸수 있을 듯한 폴딩 캐리어였습니다.(이건 결국 2만원주고 하나 샀어요 ㅋ 마트갈때 쓰려고 ㅋㅋㅋ)
몇개 안되는 부스를 돌아보고 나니 할 일이 없어서
택시를 타고 고은사진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왠지 운전이 하기 싫어서 택시를 탔는데
벡스코를 떠나 벡스코로 다시 돌아올때까지 만난 3대의 택시 기사분들이 다 ㅡ_ㅡ;;;;;;;;;;;;;;;;;
부산 택시에 대해서 악감정을 갖고 싶지는 않는데 불친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더군요.
뭐 다른 지역 택시도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오늘 만난 세분은 역대급이었습니다.
마지막 분은 요금이 4600원 나와서 10000원을 냈더니
5000원만 주시더라구요. 한참을 기다리니 왜그러세요?라고 되묻길래
400원을 끝까지 챙겨서 나왔습니다.
잔돈 안받을 수도 있지만 기사님이 먼저 그러는건 정말 아니죠 ㅡ_ㅡ;;;;;;;;;;;
어쨌든 힘들게 도착한 고은사진미술관.
원래 수경씨랑 같이 보러가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혼자 오게 됐네요(수경씨 미안해요 ㅜ_ㅜ).
김옥선 작가의 사진은 대형프린트로 한번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잘모르던 시절에 김옥선 작가의 사진을 보고 저게 대체 뭔가 하고 고민을 많이 했었네요.
지금도 보이는 족족 이해되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이면을 읽어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으니 발전을 많이 한거겠죠 ㅋㅋㅋ
작은 사진집으로만 보던 사진을 대형으로 만나니 역시 다른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서 제목을 빌려왔다는 순수박물관은 김옥선 자신이 이방인 혹은 주변인에 대해 갖는 집요한 관심이
소설 주인공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해 천착해왔고 그에 대해 일정 부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조형성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면서 그녀가 지향하는 것은 보이는 것을 어떻게 사진적으로 담아낼 것인가'라는
부분이 나오네요.
제가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 대한 작가의 해답이 이 사진들이라면
저 또한 이를 좀 더 깊이 뜯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그래서 도록도 구입했구요.).
언젠가 저도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길 바라며 전시장을 떠났습니다.
이왕 택시를 탄 김에 BMW 포토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양호상 작가의 Reality X Reality전도 보러 갔습니다.
사실 김옥선 작가의 전시보다 더 기대했던게 이 전시였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작품 수가 많지 않아(대형 프린트들이니 장소가 협소할 수 밖에) 조금 슬펐습니다.
양호상 작가의 작업 자체가 비슷한 사진 작업들에 비해 엄청난 차별성을 가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도시의 경계나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집중한 작업들은 많았고
작가의 사진과 유사한 표현을 보이는 작품들도 꽤나 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재의 비슷함과 별개로 그것을 어떻게 풀어냈는가? 그리고 어떻게 매듭지었는가?를 보는게 중요하지요.
직접 가서 만난 작가의 작품들은 작품 해설에 나와있는 복잡한 의미들을 완전히 배제해놓고 봐도
매듭을 잘지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의 작품들이라 더 맘에 와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전시장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왔네요.
반짝이는 영감에서 작품이 시작되지만 작가의 역량이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은 그 영감을 어떻게
풀어내어 마무리하는가라는 것을 다시 느끼고 왔습니다.
양호상 작가의 전시는 10월 1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한번쯤 들러보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