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원서접수를 하러 갔던 담당 선생님께서
멘붕상태로 학교에 돌아오셨다.
애들 원서용 사진에서 지적을 너무 많이 받아
오늘 내로 재촬영을 하고 원서를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걸린 이유는 아이들의 앞머리가 눈썹에 살짝 걸쳐 있었다는게 그 이유.
졸업앨범 및 원서 사진을 촬영, 제작했던 사진관에 전화해서
재촬영을 해야한다고 하니 사진관 주인께서 오늘 내로 해낼 자신이 없다고 포기선언.
결국 급히 조명 설치하고 카메라세팅해서 내가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촬영까지는 그렇다치고 인화 장비는 전부 집에 있었기에
촬영을 마친 후에는 집으로 미친듯이 운전해 가서
포토샵으로 피부 보정및 얼굴 어긋남 보정,
(얼굴 보정을 할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 보정을 안한 상태에서
인화하는건 도저히 못할 노릇이라 가볍게라도 손을 봄)
3.5*4.5 사이즈로 전부 리사이즈해서 증명사진용 틀에 앉히고 인화.
다행스러운 것은 개인 작업 출력을 위해 프린트의 잉크와 인화용지를 미리 주문해놓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애들은 꽤 고급 용지에 출력된 증명사진을 사용하게 됐다. ㅜ_ㅜ)
결국 시간에 맞춰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했다.
눈썹이 아예 가린 것도 아니고 약간 가린 정도로
사진을 전부 재촬영하라고 한 업무 담당자의 깐깐함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원서 사진을 담당한 사진관이 해야할 일을
교사인 내가 사진가라는 이유로 해야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안그래도 공짜라는 생각이 강한 사진.
내가 이렇게 작업해줌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공짜같은 느낌을 심어주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의문도 들고.
이래저래 기분이 깔끔하지 못했던 하루.
덧붙여
학교 졸업앨범 제작하시는 분들이 좀 더 높은 직업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졸업앨범은 학생들에게 딱 한번 밖에 없는, 평생을 가져갈 추억이다.
그걸 그냥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