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계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계절 중에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여름이었으나
몇년전부터 여름의 그 생동감, 더위 속에서 느껴지던 묘한 청량감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삶이 무미건조해지고 있음을 느끼며,
남들은 공감 못할 그 상실감 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며칠을 지나
오늘 진진이에게서 내가 잃어버렸던 감각을 보았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뛰고 또 뛰고 또 뛰려는 진진이에게서
언젠가의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잠시나마 살아난 그 여름의 느낌.
아들의 등에서 묘한 향수를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