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검사를 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그림만 그렸지만
대학과 군대를 거치며 그 꿈이 너무 힘든 길이라는 걸 알고 스스로 접게 되었다.
전역 후 복학하고는 그냥 역사 공부에 푹빠져 살았던 시간인 것 같다.
대학교 4학년 때는 아무 생각없이 임용 준비에만 매달렸고
그 결과 임용고사에 수석으로 합격하며 그리 어렵지 않게 교사가 될 수 있었다.
교사가 된 이후 학생들에게서 의미를 찾으려 했던 몇년,
참교사로서 진정한 교육민주화를 달성하려 했던 노력을 몇년.....
대학원에 진학도 해보았지만 석사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학사 때 배운 것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는 생각에 휴학한 이후 지금까지 흘러오고 있다.
한때는 공부를 계속해서 학자의 길을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학위를 따기 위한 공부는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생각을 접게 되었다.
모 인터넷 서점에서 몇년동안 플래티넘 회원이 될 정도로 많은 책을 사서 읽고 있지만
그것은 내 만족을 위한 공부였지 세상에 보이기 위함은 아니었다.
사진을 만난 이후에는 사진에 푹 빠져 살았다.
사진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몰라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했고
세기도 귀찮을 정도의 상장을 받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덧없는 일이었지만....
아직도 사진의 길은 너무 멀고 힘들기만 하며
어느 길을 택해서 가야할지 감조차 잡고 있지 못한게 사실이다.
며칠전 한동안 손대지 않았던 스케치북을 열고 그림을 그려보았다.
손이 완전히 굳어버렸을거라는 걱정과 달리 감각을 다시 찾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았다.
다시 그림을 좀 그려봐야 할 것 같다.
중구난방으로 뛰어온 지난 10몇년을 돌아보니 참 덧없다는 생각을 했다.
즉흥적으로 뛰어들고 매달리다보니 지금에 와서 이뤄놓은 것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의 가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나중에 진진이에게 당당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선 내 삶에 더 충실해져야하는 것이 아닐지.
나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내 길을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