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플래그쉽 카메라를 써왔던 것은 그만큼 사진에 자신이 없었다는 증거였다.
카메라에 대한 변명을 하지 않기 위해 35mm 판형에서는 가장 좋은 제품을 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카메라에 구애 받지 않을 만큼의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사진을 꽤 오래 찍으면서 고감도에서는 노이즈가 생기는게 당연하다는 걸 받아들였고
연사 같은 건 내 촬영 스타일에는 필요없다는 것도 느꼈다.
어딜가나 내 카메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이런 저런 이유로 D4를 보내고 들인 A99.
50mm와 135mm 화각의 렌즈 밖에 없기에
오히려 구도의 묘미를 즐기며 느긋하게 찍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며칠간 찍어본 결과 A99 특유의 가지고 노는 맛이 있어
사진 생활이 참 즐거워짐을 느꼈다.
니콘 카메라가 정말 FM 카메라라면
소니 제품은 하이브리드의 느낌이 확실히 강하다.
그러면서도 이미지 품질은 좋으니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을 수 밖에....
그런데 소니로 찍든 니콘으로 찍든 결국은 내 사진 느낌으로만 사진이 나오는게
왠지 모르게 아쉽다(?)
느낌이 완전히 다른 카메라이기에 사진도 확 다른 느낌이 되기를 은근히 바랬는데 ㅋㅋㅋ
적어도 연장 탓하는 서툰 목수 시절은 지나갔나보다.
니콘 플래그쉽과 비교해본 A99의 장단점을 간략하게 적어본다.
A99의 장점
1. 타사 플래그쉽에 비해 저렴한 가격 -D4 중고 한대 가격으로 렌즈 3개와 A99바디를 샀다면 말 다한거 아니겠는가?
2. 틸트 스위블 액정 -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말 필요한 기능이라.... 셀카가 가능한 DSLT ㅋ
3. Af가 되는 칼짜이스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 - 칼짜이스의 파란 방패는 모든 소니에 대한 모든 비난을 막아내는 쉴드.
4. 주광에서 상당히 고급스런 화질 - 주광하에서의 화질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니콘의 묵직함과는 다른 날렵함, 화사함이 있다.
5. 상대적으로 정말 가벼운 무게 - D4 사용하다보니 A99는 깃털....
6. 포커스 피킹 - 니콘 플래그쉽에 비해 MF 렌즈를 사용하기가 정말 편하다.
7. M42렌즈와의 호환성 - 소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캐논은 너무 비싸서 선택지에서 삭제)
A99의 단점
1. 니콘의 View NX나 Capture NX에 비해 너무 너무 너무 취약한 Raw 컨버터 IDC.... 써본 결과 이건 정말 재앙급이다.
2. 고감도 노이즈 - 이건 나한테는 별다른 단점이 아니긴 한데.... 니콘 제품에 비해서는 확실히 고감도 노이즈가 심하다.
노이즈가 많은게 문제가 아니라 노이즈가 좀 잡스러운 느낌이다.
D3x같은 제품은 노이즈마저 느낌있게 활용할 수 있었는데 말이야....
3. 밧데리 - 니콘 카메라 사용할 때는 충전이란 개념을 잊고 살 때가 많았는데
99의 경우 내 촬영 스타일로는 반나절에 한번씩 충전을 해야했다.
4. 반응속도 - 카메라를 켰을 때 사용가능하기까지 2-3초 정도의 딜레이가 있다. 이건 플래그쉽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인 듯.
그 외에도 인터페이스 반응 속도가 확실히 느리다. 뭐 이거 역시 내게는 큰 문제점이 아니지만
속도가 중요한 웨딩 스냅 등 프로 사진가들의 니즈에서 벗어나는 부분인 듯.
5. 역광 등 악조건에서의 AF - 이건 뭐 할말이 없다. 역광에서의 AF는 정말 취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