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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Photo School

사진의 길 위에서

coinlover 2013. 6. 20. 08:53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잘찍는 것만 바라보게 된다.

 

잘찍는다는 것의 개념은 참 다양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잘 찍는 것이란 초점과 노출을 잘 맞추는 것이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멋진 사진 레시피 등등의 사진기법서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니콘이나 캐논의 입문기를 사용하며

 

요즘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도 만다.

 

 

 

카메라 메카니즘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나면

 

소위 말하는 작품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이때의 작품이란 사람들이 보고 멋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류의 사진을 말한다.

 

대부분은 풍경사진이나 모델 사진에 천착하게 된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카메라의 스펙이 집착한다.

 

니콘, 캐논의 크롭 중급기 혹은 풀프레임 보급기를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각사의 플래그쉽 바디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캐논 렌즈의 붉은 띠, 니콘의 황금색 N마크에 집착하게 되는 것도 이 시기의 사람들이다. 

 

그런 사진을 오래찍다보면 왠지 모를 한계를 만나게 된다.

 

남들 다찍는 풍경 찍어봐야 뭐하겠냐는, 내 애인도 아닌 여자 찍어 뭐하겠냐는

 

질문이 가슴 속에 떠오른다.

 

사진동호회에 속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친목을 위한 것인지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인지도 헷갈린다.

 

이런 과정에서 왠지모를 공허함에 빠지게된다.  

 

그러다보면 사진을 접고 다른 취미생활을 시작하거나 진정한 사진생활을 시작하거나 하는 기로에 서게된다.

 

후자를 택한 사람들은 생활사진의 길을 걷는다.

 

 

 

사진은 뭔가 대단한 것을 찍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것들을 남들과 다른 시선을 찍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는 생활사진가들은 스냅 사진에 맛을 들이게 된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풍경, 집안에 있는 사물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순간적인 조형미 등등....

 

이런 사진을 찍다보면 결국 브레송을 만난다.

 

소위 말하는 결정적 순간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마츄어 사진가들이 이 단계까지 접근하게 된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에서 파생된 삶의 한순간이 만들어내는 조형미에 집중한 사진들을 찍어내기 시작한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사진기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한다.

 

똑딱이로도 멋진 사진을 충분히 찍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포토갤러리에 올라오는 많은 사진들이 이러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단계에 접어든 사람들은 그때부터 사진에 대해 좀더 심화된 생각을 갖기 시작한다.

 

사진기법서가 아닌 사진 자체에 대한 책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인문학이 뭔지는 모르지만 요즘 다들 인문학과 사진을 결합해야 한다고 하니

 

인문학 서적을 읽는다.

 

벤야민이나 존버거, 수잔손택, 롤랑바르트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신의 사진을 포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인문학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는데 있다.

 

인문학은 잠시간의 공부로 끝나는 학문이 아니라 인류가 만들어낸 문화의 총체이기에

 

공부를 해도해도 끝이 없다는 걸 알게되며 자신의 한계를 절감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그 방대한 영역에서 갈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문학을 모르는 것과 같다.

 

그저 입으로만 인문학을 말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주제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사진가의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공모전에 당선되어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사진작가라는 미약한 타이틀에 기대 뚜렷히 보이지 않는, 하지만 걸어가고 싶은

 

모호한 길위를 계속 서있게 된다.

 

 

솔직히 이 이후의 단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 걸어가 보지 못한 영역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