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즈된 사진이기에 잘 못느낄지도 모르지만 이사진은 핀이 약간 나간 사진이다.
나는 이런 사진을 지우지 않고 받아들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
필름 사진기로 단체사진이나 찍던 사진 입문 이전에는 잘몰랐지만
디지털로 처음 전환했을 때 너무나 바랬던 사진이 소위 말하는 쨍한 사진이었다.
핀을 정확하게 맞춘 곳은 날카로운 선예도를 보이고
그 외 부분은 부드럽게 아웃포커싱되는
세련되고 차가운 느낌.... 아마 나 이외에도 많은 아마추어들이
기본적으로 바라던 것이 그런 사진이 아니었나 한다.
쨍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고, 빛의 방향과 노출을 정확히 계산해야 했으며,
그리고 별로 상관 없을 것 같은 화이트밸런스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당연히 고감도 보다는 저감도에서 그런 느낌이 잘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그런 사진이 너무 안나와서 고민을 했지만
그것은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특별한 방법을 깨달았다기 보다 많이 찍다보니 자연스레
핀을 잘맞추고, 빛을 고려하게 되었으며 화이트 밸런스도 조정하게 된 것이엇다.
많은 초보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지만 사실 그것은 사진에 있어서
제일 쉬운 부분에 불과하다.
오히려 수준이 어느 정도에 이르면 쨍한 사진으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게 아이러니다.
나의 경우에는 쨍한 사진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참 오래 걸렸다.
아니 어찌보면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감도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노이즈가 싫어서
셔속을 한계까지 낮춰서 찍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오히려 흔들린 사진이 많이 나왔었다.
흔들리거나 초점이 약간이라도 나간 사진은 삭제해버리고 초점이 제대로 맞고
흔들리지 않을때 까지 찍는 바람에 오히려 좋은 느낌의 사진들을 많이 지워버린 적도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초점 맞추기나 흔들리지 않는 사진 찍기 연습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85mm 이상의 화각으로 찍을 때도 신경써서 찍으면 1/30의 셔속에서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만들 정도까지는 수련이 되어 있다.)
사진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형식에 너무 얽매이게 하는 한계를 가져왔던 것이다.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쨍한 느낌만은 아니다.
그런 느낌이 필요한 사진도 있고 오히려 쨍하지 않아야 할 사진도 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구도나 핀보다 사진 자체의 느낌, 안에 들어가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걸 깨치는게 참 어려웠던 것이다.
이제는 낮에도 감도를 올려서 찍기도 하고 흔들린 사진도 지우지 않게 됐다.
그것이 초점을 잘 맞추게 된 이후 몇년간 사진을 찍으며 나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다.
쨍한 사진을 찍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느낌 있는 핀나간 사진, 흔들린 사진을 찍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정말 어려운 영역이고 나도 아직 제대로 컨트롤을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분히 우연의 산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이정도 셔속에서 이런 감각으로 캔디드를 찍을 때
이런 느낌의 사진이 나온다는 정확한 느낌이 있어야 가능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김용의 의천도룡기라는 무협지를 읽다보면
장삼봉이 제자인 장무기에게 태극권을 가르치며 이렇게 묻는다.
다 잊었느냐?
반정도 잊었습니다.
다 잊었느냐?
예 모두 잊었습니다.
드디어 태극권의 정수를 깨달았구나.
사진도 그렇다. 형식을 애써 다 배우고 나면 그 형식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런면에서 보면 사진은 무공과도 같은 것 같다. 그래서 사진 실력을 내공이라고 표현하는지도....
일갑자의 내공을 갖기 위해서는 6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쿵푸(공부-功夫)라는 표현 자체가 애를 써서 쌓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사진에서 말하는 일만시간의 법칙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그래서 오늘도 사진공부(寫眞功夫)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빨리 내공을 키워 강룡십팔장을 사용하기 위해.
나는 타고난 감각을 가졌던 양과라기 보다는
부족한 재능을 우직함을 바탕으로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 극복했던 곽정같은 사람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