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교사가 초인인 줄 안다.
학생 한명 한명에게 모두 신경쓰며 그들에게 상냥해야 하며
어떠한 잘못을 하더라도 체벌이나 싫은 소리는 하면 안되고
사랑으로 감싸안아 교화해야 한다.
학생이 교사에게 무슨 일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교사가 학생에게 무엇을 했는가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렇게 매일 1대 100이상의 싸움을 치른다.
우리반 학생만 32명.
지금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은 대략 300명 정도.
그들이 내게 한마디를 던지면 300마디,
그들의 학부모가 내게 한마디를 던지면 300마디....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한마디의 말을 던질 뿐이다.
선생이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에 엄청난 비난이 돌아온다.
그러나 학생이 선생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는 무엇으로 보상해줄 수 있는가?
깊은 신뢰를 학생에게 주어도 돌아오는 건
그저 실망감뿐인 것 같다.
오늘은 선생이라는 직업을 택한 내가 참 싫다.
남해제일고에서 전수근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안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교사라는 이름이 어색해 항상 사표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내게 전수근 선생님은 교사가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를 알려주셨다.
그 뒤로는 한번도 사표를 쓰겠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힘이 든다.
내게 자존감이 붕괴되고 나면 뭐가 남을까....
쉽사리 잠들기는 힘든 저녁이 될 듯 하다.
우습게도 항상 힘들고 짜증나는 일은
혼자서 오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