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사진가들, 그중에서 풍경을 주로 찍는 사진가들이 찍고 싶어 환장하는 요소들이 몇개 있다.
그중에서도 기상 상황에 대한 어느정도의 지식과 출사 운이 따라줘야 대박이라는 걸 칠 수 있는게
일교차가 커질 무렵 많이 끼는 해무(문무대왕릉이 유명), 높은 산 정상에서 습도 등의 조건이 맞을 때 만난 수 있는 운해(오도산 등이 유명),
그리고 일출, 일몰 사진의 백미라고 불리는 오메가다.
오메가는 시정이 좋고 구름이 없는 날 태양이 수평선과 맞다아 올라오는 모습이 그리스문자의 마지막 자모인 Ω 와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진사님들이 오매불망 만나고 싶어 하는 존재인지라 오여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러 군데 유명한 오메가 포인트가 있지만 오메가 만으로는 별의미가 없는 것,
진사님들은 뭔가 전경으로 걸 만한 피사체가 있는 곳을 즐긴다.
해남의 맴섬이라던가 해금강 사자바위가 일출 명소로 불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암석 사이로 오메가 형상이 나타나고 거기에 때맞춰 어선과 갈매기까지 날아준다면 완벽한 일출 사진이 완성된다.
하지만 예상 외로 그런 타이밍을 잡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래서 오메가나 운해에 마음을 뺏긴 분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벽 길을 달리곤 한다.
오늘 사진에 실패하면 내일 다시 그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서 상을 타거나 돈을 벌려고 하는게 아니다. 그저 오메가를 찍고 싶을 뿐인 것이다.
사실 나는 먼 곳으로 출사 다닐 여유도 없고 일일이 기상 상황 따져 가면서 사진 찍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내 주위의 소소한 것들을 멋진 시각으로 재해석 해내는 것이야 말로 사진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도 멋진 풍경을 찍기 위한 취미 진사님들의 열정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사진 한장을 위해 아침 잠의 달콤함을 버리고 추위와 싸우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취미 진사들이다.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을 찍기 위해 운집한 많은 사람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술이나 노래방 정도에 그쳤던 아저씨들의 취미 문화가 사진이라는 예술로 옮겨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애들 대학보내고 남편 뒷바라지 하는게 전부였던 아줌마들이 카메라를 메고와 일출을 찍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사진 문화는 이제 부흥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한때는 사진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사진이 이젠 모든 사람이 즐기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그것을 좋지않게 보는 사람들도 있고 개나 소나 사진 찍는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개념없는 진사들도 많아진게 사실이지만
그것은 문화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진통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먼저 출사 예절을 지키고 진사로서의 기품을 갖춰나간다면 다른 사람들도 함께 그 기품을 지켜나갈 것이라 믿는 작은 마음이
우리나라의 출사문화를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오여사를 영접했던 아침 환희에 가득차 있던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진사님들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