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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As teacher

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1994년 고등학교 입학 연합고사에서 국어 주관식 1번으로 나온 문제다.
띄어쓰기 때문에 복수정답을 인정하니 마니 해서 논란이 많았던 그 문제.
뭐 오비이락이라고 하니 중3때 연합고사치던 생각이나서 해본
쓸데없는 얘기고....

오늘의 일화는 정말 오비이락이라는 얘기가 딱 걸맞는 것 같다.
지난 수요일 그러니까 3월 14일 화이트 데이에
전국연합학력평가.... 소위 말하는 모의고사가 있었다.
원래 모의고사라는게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는게 목적이고
내신과 다르게 우리학교 대부분의 학생이 그리 치열하게 치지
않는게 현실이다.
느슨한 분위기.... 물론 대학 입학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시험이기에
애들은 컨닝따위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감독교사가 있어야 애들을 조용히 통제할 수 있으니
각반마다 감독은 배치....
문제는 감독할때 앉아서 하느냐 서서 하느냐다.
그동안은 모의고사 감독할때 별 생각없이
서 있었는데(물론 내신에 반영되는 중간, 기말 고사때는 바짝 긴장해서 감독한다.)
그날 아침은 많이 피곤해서 교탁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감독을 했다.
근데 교감선생님께서 반을 돌아보시다가
내가 앉아 있는 걸 보셨는지 오늘 불러놓고 이런 말씀을 하신다.
"김선생, 모의고사 감독때 앉아있는게 맞나 서있는게 맞나?"
"... 원칙대로라면 서있어야 합니다."
"근데 다른 선생들 다 서있는데 왜 너만 앉아있나?"
"......"

ㅠ_ㅠ 선생님들~~~ 다 짜고 나 왕따시키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는 앉아계시기도 하더니
어째 그날은 그렇게 통일된 모습을 보이셨나요 ㅠ_ㅠ
그동안 교감 선생님과 그리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던 것 같아
올해는 정말 조용히 사는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런 일이 교감 선생님 눈에는 자주 들어오나 보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모의고사 감독 때도 꼭 서있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 사건의 말미에 3학년실의 한 선생님 왈
"교감선생님의 레이다가 김선생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야"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