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버릴 수는 없어

언젠가 지쳐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고등학교 때 즐겨들었던 NEXT의 DREAMER라는 노래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요즘의 난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버리고

지쳐쓰러질 만큼 열심히 꿈을 쫓지도 않네.

아.... 30대 초반에 벌써 타성에 젖어서야......


모든 선생님의 수업 시간마다 모진 갈굼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듯한 호섭씨~

이제 사람다운 삶을 한번 영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한데....

5월의 따스한 햇살~

열린 창문으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점심 시간에 든든히 채워둔 배~

앞에 펼쳐져 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들~

이 정도면 단잠으로 빠져들 최적의 조건은 다 갖췄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깨워도 깨워도 쓰러질 수 밖에 없는 5월의 오후 자율학습 시간~









 

 

어느새 3학년 생활을 시작한 지도 2개월이나 지났습니다.

2개월 동안 거의 변함없는 생활을 해왔네요 ㅡ_ㅡ;;;;

오늘은 요즘 제 하루 학교 일과를 엿볼 수 있는 포스팅을 해보려 합니다


일단 아침 7시에 집을 나섭니다.

차를 몰고 오면 7시 10분이면 도착하고

걸어서 오면 7시 25분쯤 교문에 도착하게 됩니다.

본관 3층 진학실에 올라오면 대게 7시 30분 쯤이죠~


아침에 비밀번호 열쇠로 잠겨진 진학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일단 컴퓨터 전원을 누르고 공기청정기를 켭니다.


진학실 냉장고에 새로운 아이템이 업데이트 되었는지 확인 한번 해보고

우리반으로 갑니다~ 오늘 아침인 냉동실에서 얼려진 몽쉘 통통을 먹으면서 말이죠 ㅡ_ㅡ;;;;;;;
 

시끄러운 와중에 몇명 애들이 잠을 자고 있군요~ ㅎㅎ 나의 카메라는 자비심이 없다 ㅋ


오늘의 희생양 함종훈군의 자는 모습이 대박입니다~

 

반항아 윤형섭군은 맨날 자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오늘 보니 자는 모습이 꽤나 리얼하게 찍혀서 맘에 듭니다~

7시 40분까지 등교완료를 해야하는 관계로

그 이후에 오는 학생은 애정이 담긴 갈굼을 당하게 되지요~

요 이틀간은 하현태 부장님이 안계셔서 좀 더 정신이 없습니다.


애들은 교실로 무사히 세이프 하고 나서 화장실에 양치를 하러 갑니다~

저는 교직원 화장실 가기가 귀찮아서 애들 화장실을 그냥 같이 쓰는데

애들이 좀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ㅋㅋ 그래도 어떡합니까? 내려가기 귀찮은데~

담배 피는 학생들 순찰도 겸하고 있기에 단순한 화장실 이용이 아니라 생활지도의 한부분이죠.

 

1반 담임이신 하항준 선생님은 주번이 청소를 디디하게 하니 직접 빗자루를 드셨습니다.

아.... 아름다운 사제동행의 모습이네요~

 

오늘 우리반 대박 지각생인 대환이는 굴욕 사진을 찍히고 맙니다~

뭐 이사진 찍고 바로 일어났으니 체벌이라 착각하진 말아주세요~

1교시 수업은 3-1반이군요~

 

오늘부터는 수업시간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잠자는 학생들을 찍어 올리기로 했습니다~

수업 시간을 버린 자에게 초상권 따위는 없다 ㅋ


수업마치고 진학실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2반 성현이가 위엄에 가득찬 모습으로 졸고 있네요 ㅋ

오늘은 듣기 평가가 있는 날이라 하루가 좀 빨리 갔습니다~

시험 출제도 다 못했던 터라 비는 시간마다 문제 만들기에 열을 올렸더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더군요~

박선제 선생님의 발의로 삼학년 담임들은 삼겹살을 구워먹으러 갔습니다~

아~ 저녁 시간은 한시간 뿐인데 어찌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가......

근데 되더군요 ㅡ_ㅡ;;;; 삼겹살 구워먹고 야자 감독하러 돌아오니 시간이 남았습니다~

저녁 때 종종 고기 구워먹으러 가야겠습니다~


학교로 복귀하는 길은 야자 감독이란 사실 때문에 우울했지만

저녁 노을은 모처럼 멋지게 타올라 주더군요~

이렇게 또 진고의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저녁 11시 30분까지 이어지는 고난의 야자감독이 기다리고 있지만요 ㅜ_ㅜ



이상 날마다 똑같은 코인러버의 진고 일상 보고서였습니다.......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있었던 연세대학교 입시설명회에 갔다가 왔습니다~

원래는 부장님이 가시기로 했는데 입시 설명회가 두군데 겹쳐서

연세대학교는 제가 다녀왔네요(연세대는 버린건가? ㅋ).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논술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만

2시간 내내 듣고 있자니 좀 지루하긴 했지만 부장님의 명령으로 갔다온 곳이라

필기까지 해가며 꼼꼼히 듣고 왔습니다 ㅡ_ㅡ;;;;

앞으로 입시설명회에 제가 참여할 일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 있더라고 하더라도 부산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 ㅜ_ㅜ

그 열악한 도로여건과 교통상황...........................

돌아오는 길은 정말 악몽이었어요.(출장비보다 기름값이랑 도로비가 더 많이 들었다능 ㅠ_ㅠ)




해운대는 사진찍으러 몇번 간적은 있어도 백사장을 걸어본 건 2005년 2월에

임용 붙고 부산 갔던 때가 마지막이라 설명회 마치고 걸으러 나갔었네요~

비바람이 불어 몇분 안 걷다 돌아와버렸지만요....

해운대 백사장과 소녀.... 수업이 마칠 시간이 아닌데 홀로 앉아 상념에 잠겨 있더군요.

교사로서 학생 선도(?)를 해야하겠만 관내가 아니라.... ㅡ_ㅡ;;;;

사진만 찍고 왔습니다...................응?

 



컬러밴드 붙이고 느즈막히 등교한 수산이.... 시험에 좀 집중하는가 싶더니....



이렇게 근접해서 사진을 찍어도 모를 정도로 숙면을 취해주신다 ㅡ_ㅡ;;;;



태균이는 잠을 자는건지 고뇌를 하는건지..... 머리를 이틀에 걸쳐 깎더니 스님 머리로 최종진화를 했다. 장래희망은 목사인데......



저기 꿈나라를 헤매시는 저분은 대체 누구신가? ㅋㅋ



현곤이는 참 착실하게 공부를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잘 안올라 걱정이다. 착실한 애들은 끝까지 챙겨줘야 하는데 말이야... 조금만 더 힘내자~




애들한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모의고사 치는 날을 제일 좋아한다.

평소에는 워낙 바쁘고 정신이 없는데

이날은 그래도 숨돌릴 틈이 있어서 살만하기 때문이다.

모의고사는 내신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애써 컨닝하려는 시도도 없고 해서

그나마 감독이 좀 덜 빡센 편이기도 하고....

우리때 모의고사나 지금 모의고사나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다.

한시간 마치고 나면 서로 답맞쳐 본다고 난리~

수학시간에는 10분쯤 지나면 취침 모드,

탐구시간에는 지겹게 긴 시간에 낙오,

영어는 해석을 하는건지 찍고 있는건지 ㅋ

내 고등학교 시절에는 특별반인 수문재 선발을 모의고사 성적으로 했었기에
 
스트레스 받는 친구들이 꽤 됐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우리 반 애들은 몇명 빼고는 성적에 관심이 없는지

완전 해탈한 표정들...... ㅡ_ㅡ;;;;;

애들 성적이 좀 올라야 대학 전형도 좀 찾아보고 대비를 할텐데

두달째 제자리 걸음이니 이젠 내가 조바심이 난다.

아놔.... 고등학교 때 내 성적으로 고민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한꺼번에 37명분 고민을 하려니.....

3반아~ 정신 좀 차리자 응?


이 진학실 팻말은 아마도 내가 학교다닐 때 달려있던 것과 같은 녀석일 것 같다.

우리 때 진학실은 불려가면 살아나오기 힘들다고 해서 산적 소굴이라고 불렸다.


우리 반 애들 야자하는 모습, 전체 반 중에서 참여 인원이 가장 적다. 딴 반과 숫자를 비교하면 좀 머슥해질 때도 있지만 자율학습 태도는 더 좋은 것 같다.
 
어떤 집단이든지 소수정예가 좋은거다. ㅡ_ㅡ;;;


이 사진을 부장님이 보시면 애들이랑 장난친다고 싫어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10년전에 비해서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간격이 많이 좁아진 것 같다.

진정으로 나를 무서워하는 학생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장난치다 불려나온 녀석들~ 우리 때 같으면 긴장해서 굳어있었을텐데 이 녀석들은 불려나와서도 마냥 즐겁다~

복도 끝부분에서 야자 순시 중인 부장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야간 자율학습, 줄여서 야자 

그러나 그 실체는 야간 타율학습일지도 모른다.

자율학습이라고 하기엔 애들의 공부자세가 너무 불량하고

그렇다고 타율학습이라고 하기는 좀 그런게 분명 자기들이 원해서 남은 거니까

정확한 명칭 붙이기가 참 많이 모호해진다.

 돌아보면 내 고등학교 시절의 야간 자율학습은 분명 야간타율학습이 맞았다.

야자 불참을 선택할 권리가 우리에겐 없었으니까~

그때 야자를 빠지는 애들은 특수계층(=대부분 미술하는 애들)뿐....

학원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공부한다면 당연히 학교에 남아있는 것을 의미했다.

야자시간에 무단 이탈을 했다가는 지독한 뺑뺑이와 사랑의 매를 감당해야했던 그 시절....

시작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뻥뻥 울리던 매타작 소리에 각 반은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더랬다.

그래도 숨어서 떠들기도 했고 만화책도 보고 할 건 다 했었다. ㅋ

나 같은 경우는 내내 만화만 그리고 그리고 그렸다. 조용히 하는 작업이라 선생님들께 걸린 적은 없었기에

내 야자시간은 상당히 평화로웠다.

(각 반에서 선생님께 압류된 만화책은 만화가를 지망했던 내 교재로 제공되기도 했다....)

세월은 어느새 흘러 흘러 10여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 동안에도 야자 분위기는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요즘 애들은 만화책보다는 핸드폰이나 PMP를 가지고 놀다가 뺏기는 경우가 더 많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야자 감독 한다고 교실에 애들과 같이 앉아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보면
 
마치 내 옆에서 공부하는 제자들이 그때 같은 반이었던 상민이나 정재, 상운이, 훤이 같은 기분이 든다.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거.... 그리고 모교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건

어찌보면 내게 주어진 최고의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어떻게 시간은 흘러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아파트 주차장의 벚꽃은

항상 다른 곳에 있는 녀석들보다

빨리 피고 지는 듯.

벚꽃을 보니 왠지 가슴이 설레여 온다.

조만간 하동십리 벚꽃길 새벽 출사라도 다녀와야겠다~

(주방장님, 제너행님, 상진행님~ 대기하세요 ㅋ)



진주고등학교 3-3반 단체사진.

스트로보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챙기지 못해서 의도한 사진은 못찍었다만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매년 맡는 반의 단체 사진은 한장씩 찍어두는 편인데

올해의 단체 사진은 왠지 느낌이 색다르다.

진고 교복 속의 나라니....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살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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