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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The third g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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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다 새벽에 시험 잘보라고 악수하며 배웅했던 제자를 저녁에 수고했다며 끌어안아주며 위로했다. 슬프고 뜨거웠던 오늘 하루의 감흥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빨리 식어갈 것이며 그렇게 또 한번의 입시는 막을 내린다.
또 한번의 소등식 - 2018학년도 3학년 야간자율학습 종료 소등식 - 불을 끄는 행사. 야간의 조촐한 행사를 마지막으로 3년간의 야자가 끝났다. 자신들이 어떻게 달려왔는지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들 속에 있는 타자로서 흐르는 시간을 지켜봐야 했던 내게는 그 궤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 3년간의 시간이 다시 살아나는 저녁.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감당하기 힘든 감정의 물결이 마음 속에서 일렁인다. 술이라도 한잔 하고 자야겠다. 그들의 첫 야간자율학습....
내 인생의 가장 빛나던 순간 힘들게 느껴지는 지금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되어버린다는 것.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보고 있는 요즘 이 아이들과 함께 시작하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하는 망상에 빠지곤 한다. 뭐 어쩌겠냐. 힘들어도 또 담임을 하고 부장을 하고 지금처럼 여기 서있겠지....
9월모평 - 시험시작전의 풍경 시험 시작 전의 그 미묘한 분위기. 결과는 어찌되었든 9월 모평이라는 고비 하나를 넘어갔다. 수능원서접수와 수시 상담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치뤘던 시험이라 더더욱 현실감이 없었지만.... 정시로 가겠다는 학생들이 현실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길 바라며.
오랜만의 전속 모델 오랜만의 전속 모델. 마음이 힘들때 아직까지 유효한 위로는 사진을 찍는 것. 잘찍혔든 못찍혔든 셔터를 누르는 그 감각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버텨낼 수 있을만한 힘이 솟아나곤 한다.
그리고 개학 짧다라는 표현도 무색할 정도였던 방학, 그리고 개학. 찰나와 같았던 그 시간 동안 학교의 운동장은 폐허처럼 변해버렸고 아이들 또한 며칠전과 달라져 있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무렵이다.
1학기 마지막 야간 자율학습, 그리고 방학 1학기의 마지막 야간 자율학습. 어쩌다보니 딱 맞춘것처럼 내가 감독을 하게 됐다. 예전처럼 모든 인원이 야자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미친듯한 학구열도 없다. 그래도 그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리라. 땡땡이 치지 않고 야자에 참여해준 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오늘은 방학식 내일은 보충수업 시작 ㅠ_ㅠ 방학의 설레임 따위는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
찍지 않은 순간들에 대하여 3년간 찍은 사진들을 돌아보니 꽤 다양하게 찍어왔다고 생각했던 결과물들이 문과반 아이들에 편중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의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 162명이라는 학생들 모두와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가까운 아이들에게 렌즈를 향한 적이 많았고 조금이라도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운 아이들을 찍을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그게 참 많이 후회된다. 말이라도 한번 더 해볼걸. 한번이라도 더 찍어보려고 할 걸. 이제 졸업동영상을 만들어야 할텐데 이과반 애들 사진이 별로 안나오면 균형이 안맞을 것 같아 남은 시간동안은 내가 많이 찍어주지 못했던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촬영해야 할 것 같다. 카메라를 부지런히 들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