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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떨어지는 벚꽃처럼 덧없이 흘러간 세월. 진진이의 키는 이미 엄마를 추월했고, 내 카메라는 니콘에서 소니로, 소니에서 후지로 바꼈다.
어느새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한 청소년이 된 진진이. 중학교 입학한다고 첫 교복 입은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내 아들이라 그런게 아니라 인물이 괜찮은 편인듯. 애가 이렇게 크는 동안 난 대체 뭘하고 있었던 걸까. 발전은 커녕 퇴화와 노화만 일어난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든다. 그나저나 후지 중형 GFX100S 인물 사진 장난 아니네. 소니였음 보정을 좀 거쳤어야 할텐데 그냥 찍으니 이렇게 나오는구나.
유치원 졸업식 때 사진을 꺼내보니 지금은 못알아볼 수준으로 커버렸구나. 한해의 마지막 날을 아들 졸업식으로 마무리. 시간의 가속도가 무섭다.
2년 전 광도천 수국축제 갔다가 수국 화분을 샀다. 꽃이 안 펴서 잘못 샀구나. 곧 죽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어찌어찌 버티고 살아남아서 올해 드디어 탐스럽게 꽃을 피웠다. 아침 출근 전에 수국과 진진이를 바라보며 둘이 참 닮았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키울까 막막하기만 했는데 어느새 저렇게 자라나 자기다움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그 사이 길쭉 해진 진진이의 팔다리가 시원하게 뻗은 수국 줄기같다.
여름방학의 끝자락에 서있는 진진이. 그에게 지난 여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돼지량보존의 법칙이라는게 있다. 1집안의 돼지 총량은 보존된다는게 이론의 골자다. 내가 살을 빼자 급격히 살이 찌기 시작한 진진이를 보니 잘못된게 아니라는게 귀납적으로 증명되는 것 같다.
주말 아침은 냉장고 털이 볶음밥. 입에 맞는지 게눈 감추듯 흡입.
저녁 산책 나가고 싶다고 해서 손전등 하나 들고 동네 마실.
견디기 힘들었던 폭염이 끝나고 여름의 출구에 다다랐다. 또 한번의 계절을 보내며 아이는 여름 햇볕에 당도가 올라간 과일처럼 한층 더 농밀해진 감정을 품에 안고 성장한다. 정점을 지나 내리막을 맞이하는 우리와 달리 삶의 긴 오르막 초입에 서있는 그의 뒷모습이 때로는 부럽고 때로는 안스럽다.
어릴 때부터 머리깎는걸 힘들어했던 진진이는 아직도 바리깡 돌아가는 소리를 싫어한다. 자주가는 미용원 원장님은 보살이신듯. 애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