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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수해복구가 끝난 봄날의 책방. 봉수1길 고양이들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평온함을 즐기고 있더군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삶도 그러하리라 믿고 싶어요.
여름날의 일상 풍경.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 저녁밥 챙겨주러 오시는 고양이 활동가님을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흘러내리고 있는 녀석들을 본다. 만두와 아람이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산지도 수년이 지났다. 흰둥이 봄이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고양이 별로 돌아갔지만 이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내주는 게 대견스럽기만 하다. 오가며 만나면 인사드리는 고양이 활동가님은 아침저녁으로 녀석들 밥 먹이러 다니느라 휴가도 한번 못 간다며 힘들어하셨다. 이 녀석들을 죽을 때까지만 하고 활동을 접으실 거라고.... 그분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오래오래 무탈하게 지내줬으면, 이 녀석들의 쌩뚱한 표정을 보며 마감하는 평화로운 하루가 되도록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빌어본다.
무전동 블루샥에서 아이스크림 사다가 만난 떡실신냥이. 발모찌를 만져도 코를 살짝 건드려봐도 미동도 없던 녀석, 추르를 줄까 싶어 꺼냈더니 잠시 보고는 그냥 다시 잠. 잘먹고 살아서 간식에 미련이 별로 없는 듯. 사실 길냥이는 아님.(목걸이에 전화번호가 있었음)
지난번에 다른 고양이랑 영역 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용맹함에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는 미친듯한 반응 속도로 쥐를 잡아채는 장면을 연출해준 시도. 사냥에 성공한 맹수의 얼굴에서 평소 나한테 보여주던 온순함 가득했던 눈빛과는 완전히 다른 뽀족함이 느껴졌다. 시립도서관 근처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애교를 부리고 있지만 야성은 살아있는 프로길냥이!
아침부터 A컷을 선사해주는 포토제닉캣 아람이. 내 차 위에 좀 누워계셔 주시면 좋겠는데....
평화로웠던 한진로즈힐에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행색의 길냥이가 나타났다. 사람을 봐도 겁을 내지 않는 걸 보니(개냥이랑은 결이 달랐다.) 꽤나 내공이 강한 녀석인 듯했다. 이 구역의 2인자(1인자는 만두) 아람이는 한참 동안 경계하는 눈빛으로 녀석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털을 한껏 세우고 침입자를 향해 발을 내딛는 아람이. 맹호출동의 기세였다. 얼굴을 맞대고 한참을 울어대던 녀석들. 분명 X새X, X발놈 뭐 이런 뜻일 텐데 듣는 내내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 그 와중에 느껴지던 엄청난 긴장감. 역시 세상에서 제일 스릴 있는 게 길냥이 영역 싸움임.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며 나섰던 것과는 달리 그 흔한 냥냥펀치 한번 못날려보고 기가 죽은 아람이. 하긴 겁 많은 순둥이인 녀석이 얼굴..
오후에 집 근처 산책을 나가면서 오늘 시도를 만나면 무난하게 이길거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늘 그랬다.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달려와 다리에 몸을 부비곤 했다. 반가움에서 인지 허기진 애정의 표현이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덕분에 녀석을 만나면 내 마음은 항상 따뜻해졌고 그래서 사진은 늘 실패였다. 가까이 와 머리를 들이밀고, 휘감기고… 카메라의 우수한 아이포커스 기능도 그 동선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마스크 때문이었을까. 한참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 긴가민가한 눈빛으로. 그래서 겨우 한 장. 그리고는 또, 예의 그 인사. 꼬리를 세우고 달려들어 다리에 얼굴을 박고, 몸을 비비고, 내게 그 익숙한 애정을 퍼부 주었다. 별 수 없이 카메라는 주머니에 넣고 열심히 녀석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털이 엉켜 있었다. 무언가 들러붙은 자국.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손으로 더듬다 보니 미..
작년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안장 위에 플라스틱 물병이나 헬멧 같은 걸 얹어두는 모습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용한 선언이었다. "여긴 고양이 금지구역입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지하주차장을 지나며 오토바이 위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는 길고양이를 보는 게 나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나마 푹신하고 따듯한 안장 위에 웅크리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고요하고 냉랭한 공간 속에선 그 작은 온기가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토바이 주인들에게는 그 풍경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흠집과 고양이 털, 그리고 어쩌면 불청객이란 ..
퇴근길, 아람이를 만났다. 고양이. 우리 아파트의 묘한 존재.그날 따라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았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림자처럼 웅크려 있었다.그리고 갑자기 번개처럼 달려갔다. 쥐 한 마리, 아람이는 그걸 물고 조용히 걸어 나왔다.누구에게도 자랑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칭찬을 바라지 않았다.아파트 주민 여러분!경비 아저씨들!이 조용한 포식자를 사랑해주세요.우리 곁의 작은 야성,우리를 위해 움직이는 이 고요한 생명을.
나는 예전부터 한 번에 여러 방향으로 시선을 나눌 수 없었다.12월 3일 이후,무언가 마음 깊은 곳에서 고장 났다.숨은 고르지 못했고 시간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작은 가시 하나.보이지도 않는 그것이 살 속 깊이 들어와 있었다.빼내려 할수록 더 깊이, 더 아프게 박혔다.애쓰며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마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금이 가고 있었다.그 조각들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작은 흠집이 되어 흘러갔다.그 사이 나는 길고양이들을 찍었다.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그러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숫자들이 가지런히 맞춰진 그 순간,한 문장이 들려왔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짧은 말이었다.하지만 오랜 겨울처럼 박혀 있던 얼음 가시가 녹아내렸다.이제, 멈추었던 일..
지난해 마지막 날 아침에 시도를 만났다. 날이 무척 추워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우리 아파트까지 따라와 안기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오지는 못하고 궁디 팡팡만 열심히 해주고 돌아섰는데 그 뒤 한 달 반 동안 만나지 못해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들어앉아 있었다. 혹시나 고양이별로 돌아간 건 아닐까 하는. 오늘 낮에 고성 곱창 앞을 지나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녀석, 반가워서 불렀더니 쌩까고 지나가다가 카메라를 꺼내니까 난 줄 알아보고 달려왔다. 반갑다고 앵앵거리는데 마침 츄르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 와이프한테 츄르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하고 한동안 무한 궁디 팡팡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도착한 와이프가 건넨 츄르를 뜯어주니 게눈 감추듯 하나를 처리하고는 유유히 자기 길을 떠났다..
아람이랑 만두. 언제부턴가 둘이 사이가 좋아보이더니 한 상자 안에서 꽁냥꽁냥하고 있다. 날이 추워지니 상자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하네. 원래는 봄이랑 만두가 한쌍이었는데 뒤에 들어온 아람이가 봄이를 밀어내버렸다. 근데 봄이, 아람이, 만두 셋다 수컷이다. 쟤들의 사랑은 인간의 기준으로 가늠할 수 없는 듯. 전부 중성화당했으니 성별 구분은 의미가 없나?
2년 넘게 함께 했던 동료 길냥이가 사라졌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듯 냥생을 살아간다. 강한 길냥이가 살아남는게 아니고 살아남은 길냥이가 강한거라면 봄이보다는 아람이가 더 강했나보다. 103동에 남은 만두와 아람이가 오래 오래 살아남기를 바란다. 이 녀석들마저 사라지면 많이 쓸쓸할 것 같다. 우리 동네 고양이 활동가 님들은 고양이를 색깔로 구분한다. 흰색 미야, 노랑 미야, 얼룩미야.... 비슷한 색은 어떻게 구분해서 부르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