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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2778

나의 진주 - 늦봄, 초여름의 진주는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힘을 준다 경상국립대 칠암 캠퍼스, 평거동 케빈커피로스터즈, 진주문고, 야끼토리 아오이, 칠암성당, 동훈서점, 망경동, 루시다, 은안재, 가좌동. 늦봄, 초여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진주 곳곳을 걸으며 통영에서의 삶을 버텨내기 위한 힘을 비축했다. 축축하게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리듯. 돌아오는 차안에서 조금은 뽀송뽀송해진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25. 5. 20.
2025학년도 통영고등학교 체육대회 Feat. 통영중학교 운동장 본관 증축 공사로 운동장을 쓸 수 없게 된 탓에, 올해도 토요일에 체육대회를 치르게 됐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20년이 넘는 교직 생활에서 유례가 없는 주말 체육대회를 이 학교에서만 2차례.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믿고 싶다. 비가 온다기에 모자도 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완전 방심하고 등교했건만 (종혁샘에게 빌린) 선크림 따위는 바로 무력하게 만드는 햇볕에 내 피부는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농구와 족구는 당연히 우리가 이길 줄 알았고 나머지 종목에서도 평균 이상은 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에 농구 패배가 현실화되었을 때는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았던 피구에 이어 이건 반드시 이기고 만다며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던 족구의 어이없는 몰수패까지.... 하늘이 돕지 않는 듯한 날이었다. .. 2025. 5. 18.
My wife - 국립현대미술관 론뮤익전에서 2025. 5. 7.
오늘의 길냥이 - 고양이 에티켓 작년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안장 위에 플라스틱 물병이나 헬멧 같은 걸 얹어두는 모습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용한 선언이었다. "여긴 고양이 금지구역입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지하주차장을 지나며 오토바이 위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는 길고양이를 보는 게 나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그나마 푹신하고 따듯한 안장 위에 웅크리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고요하고 냉랭한 공간 속에선 그 작은 온기가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토바이 주인들에게는 그 풍경이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흠집과 고양이 털, 그리고 어쩌면 불청객이란 .. 2025. 4. 30.
Just snap - 리코 GR3X GR1, GR2 사용할 때는 그 특유의 색감이 너무 맘에 안들어 무조건 흑백으로만 썼는데 GR3X은 꽤 맘에 드는 컬러를 만들어준다. 게다가 적절한 화각. 확실히 나는 28mm보다 40mm인듯. 2025. 4. 21.
오늘의 길냥이 - 맹수 아람이 사냥 성공! 퇴근길, 아람이를 만났다. 고양이. 우리 아파트의 묘한 존재.그날 따라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았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림자처럼 웅크려 있었다.그리고 갑자기 번개처럼 달려갔다. 쥐 한 마리, 아람이는 그걸 물고 조용히 걸어 나왔다.누구에게도 자랑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칭찬을 바라지 않았다.아파트 주민 여러분!경비 아저씨들!이 조용한 포식자를 사랑해주세요.우리 곁의 작은 야성,우리를 위해 움직이는 이 고요한 생명을. 2025. 4. 19.
육아 진진이의 나날들 - 떨어지는 벚꽃처럼 흘러간 세월 떨어지는 벚꽃처럼 덧없이 흘러간 세월.  진진이의 키는 이미 엄마를 추월했고,  내 카메라는 니콘에서 소니로, 소니에서 후지로 바꼈다. 2025. 4. 8.
Just snap 누군가는 말했다.자신의 소신이라 했다.그 말을 들을 때마다나는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생각했다.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말들이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쓰러뜨렸는지.책임.그 단어는 쉽게 발음되지만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누군가는 잘못을 말했고,누군가는 사과를 했다.그 뒤에 남은 것은고요하고 찬 삶들.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되살릴 수 없는 얼굴들.그들은 모른다.감투 하나가 얼마나 많은 어깨를 짓누르는지.그 감투 아래,얼마나 많은 울음이 가려져 있었는지.말하고 싶다.소신이 아니라연민으로 정치하라고.책임이 아니라기억으로 살아가라고. 2025. 4. 6.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나는 예전부터 한 번에 여러 방향으로 시선을 나눌 수 없었다.12월 3일 이후,무언가 마음 깊은 곳에서 고장 났다.숨은 고르지 못했고 시간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작은 가시 하나.보이지도 않는 그것이 살 속 깊이 들어와 있었다.빼내려 할수록 더 깊이, 더 아프게 박혔다.애쓰며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마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금이 가고 있었다.그 조각들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작은 흠집이 되어 흘러갔다.그 사이 나는 길고양이들을 찍었다.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그러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숫자들이 가지런히 맞춰진 그 순간,한 문장이 들려왔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짧은 말이었다.하지만 오랜 겨울처럼 박혀 있던 얼음 가시가 녹아내렸다.이제, 멈추었던 일.. 2025. 4. 4.
통영고등학교 3학년 봉수골 나들이 통영고등학교 3학년 봉수골 나들이(3학년은 소풍도, 수학여행도, 수련회도 없으니 학교 근처 봉수골에 벚꽃 피는 거라도 구경 가야 했던 거다.). 가까운 곳, 가벼운 마실이었다. 그래도 애들 인솔해서 나가니 힘 넘치는 골든 리트리버 10마리 목줄 잡고 끌려다니는 것 같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역시 교사는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한 거라. 지난 학교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인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지금은 이래저래 중요한 촬영이 있으면 나한테 기대의 눈빛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또 나름 인정받고 있는 거라 생각하니 고맙고 즐거운 마음도 함께 들었다. 사실 단체사진이야 누가 찍어도 거기서 거기(종혁샘이 찍은 사진을 보니 나보다 더 나은 것 같더라.). 그들의 기대.. 2025. 4. 3.
나의 진주 - 리코 GR3X 노출 보정 만한 GR3X 기본 세팅 사진들. GR1, GR2의 색감을 이어받은 듯 하면서도 또 다른. 올드한 느낌은 맞는데 이전 버젼에 비해 매끄럽게 조율됐다. 흑백 전용으로만 사용했던 GR1, 2와 다르게 컬러도 자주 사용할 듯. 쨍하게 맑은 날 대낮에 이거 하나 들고 사진 찍으러 나가면 괜찮은 사진 많이 건져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걸 보니 모두가 칭찬하듯 스트릿 사진에는 이만한게 없는 것 같다. 작고 가벼운 카메라로 찍을  때만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이 있는데(이건 핸드폰하고는 확실히 다름.) 그게 확연히 느껴지더라.  진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현 시국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막장 드라마가 빨리 끝을 맞이해 우리 삶도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진주 북경장에 모여 짜장면을 먹고 .. 2025. 3. 27.
My wife -GFX100S의 인물 사진 예상했던대로 여기에 올리는 리사이즈본으로는 카메라에서 원본 사진을 옮겨 모니터로 봤을 때의 그 '헉!' 하며 놀랄 정도였던 생동감이 전해지지 않는다. 전시는 관심 밖이니 대형 인화는 의미가 없고 출판에서도 왠만한 대형 판본이 아니면 불필요할 해상력, 누구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억화소 중형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한 자기만족. 제일 중요한건 내 사진의 제1 소비자인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거니까. 2025. 3. 10.
Just snap - 봉수골 산책 30분 가량 학교 근처를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이젠 너무나 익숙한 나의 바운더리. 2025. 3. 8.
My wife The crown of flames 2025. 3. 1.
나의 진주 - 제일병원, 밀레다임커피 게이샤, 스시쿄우다이 고등어봉초밥, 진주과학교육원, 올디스 팥빙수, 진양호 동물원 와이프 검진 때문에 진주제일병원. 원래 이날 갈 게 아니었지만 개학하고는 시간을 빼기가 힘들 것 같아 미리 검진을 받고 검사 예약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와이프 직장은 연가 한번 쓰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이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침 일찍 움직여 병원 일정을 마치고 밀레다임 커피에서 커피를 한잔했다. 아침부터 진주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느끼는 게 사람의 습성, 진주를 떠나고 나서야 진주의 소중함을 느낀다. 점심은 먹고 넘어가야할 것 같아 오랜만에 스시쿄우다이에 갔다. 어디서 홍보 동영상을 찍으러 왔는지 조명을 설치하고 음식을 찍느라 분주해 보였다. 영상 찍는 사람들의 장비는 매우 단출해 보였는데 아이폰 한.. 2025. 2. 28.
오늘의 길냥이 - 시도 지난해 마지막 날 아침에 시도를 만났다. 날이 무척 추워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우리 아파트까지 따라와 안기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오지는 못하고 궁디 팡팡만 열심히 해주고 돌아섰는데 그 뒤 한 달 반 동안 만나지 못해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들어앉아 있었다. 혹시나 고양이별로 돌아간 건 아닐까 하는. 오늘 낮에 고성 곱창 앞을 지나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녀석, 반가워서 불렀더니 쌩까고 지나가다가 카메라를 꺼내니까 난 줄 알아보고 달려왔다. 반갑다고 앵앵거리는데 마침 츄르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 와이프한테 츄르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하고 한동안 무한 궁디 팡팡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도착한 와이프가 건넨 츄르를 뜯어주니 게눈 감추듯 하나를 처리하고는 유유히 자기 길을 떠났다.. 2025.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