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Photography/Just snap (616)
코인러버의 다락방
자신이 어떤 곳에 서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깨달은 척, 아는 척 하고 있을 뿐. 데마고고스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우리가 모든 게 이뤄질거라 믿었던 그날은 어느새 손에 닿을 만큼이나 다가왔는데 그렇게 바랐던 그때 그 마음을 너는 기억할까 이룰 수 없는 꿈만 꾸던 2009년의 시간들
이 날은 여유가 좀 있어서 갈매기가 뛰어 내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측 범위 안에 있는 사진은 재미도 의미도 없다. 그냥 포스팅용에 불과하다.
참 그렇지. 원래는 빨간 간판의 히라가나가 딱 가운데 들어오게 구도를 잡았는데 까마귀가 계속 총총거리며 자리를 옮겨서 구도의 균형이 깨졌지. 그런데 또 지나고 보니 프레임 왼쪽 위의 전선들이 환을 친 것처럼 얽혀 있는걸 녀석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괜찮아 보여서 찍었던 여러 컷 중에 이걸 남기게 됐지. 이런 느낌으로 찍은 사진이 수천 장은 될 텐데 또 이런 걸 찍고 있지. 선화약국 간판 위의 카페에서 고뇌에 빠져 있던 사람을 발견하고는 프레임을 정확하게 짜맞추느라 처음 그 느낌은 살리지 못했지. 여러 컷 중 얼굴이 도드러지게 나온 건 지우다 보니 손으로 얼굴을 가린 첫컷만이 남았지.
가끔 아무 생각없이 진주 상평공단, 통영의 조선소 지역을 걷곤 한다. 기름 냄새, 그라인더로 절삭할 때 나는 그 매캐한 냄새를 좋아한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삶의 고역 같은 것일텐데, 천사 같은 아이들과 고상하고 지적인 사람들에게 치이고 치이다가 맡는 그 유쾌하지 않은 냄새들이 이상하게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공장들이 있는 길을 걸으며 아무것도 아닌 사진들을 찍고 있으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관찰력과 대단한 시간적 여유를 가진 사람인양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