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통영맛집 (232)
코인러버의 다락방
활어회가 주류인 통영에 웬일로 숙성회 전문점을 표방하는 가게가 문을 열었다. 죽림 성숙회. 가게 이름을 짓는 데 큰 고민을 하지는 않은 듯한, 아주 직관적인 작명이다. 가까운 곳에 이런 집이 한 군데쯤 생겼으면 하고 막연히 바라던 차였기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른 일정들을 뒤로 미룬 채 급히 다녀왔다. 죽림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주차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게 인테리어는 딱히 언급할 만한 부분이 없다. 그냥 깔끔한 포차 콘셉트다. 공간의 분위기를 즐기러 가는 가게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은 단체 손님이 많았는데, 특히 몇몇 여성 손님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도떼기시장 한복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식 사진도 제대로 남기고 싶었지만 자리가 좁고 상황도 여의치 않아, 대충 기록용으로만 찍고..
예전에 즐겨갔던 죽림의 일식집 메바에소의 사장님께서 오랜만에 통영으로 복귀하셔서 유수정스시라는 업장을 내셨다. 시내에서는 거리가 꽤 있는 편이라 대중교통으로는 무리, 하지만 주차가 매우 편하니 차로 이동이 가능하다면 통영 시내에서 먹는 것보다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겠다. 해산물부심이 넘치는 통영이지만 의외로 이만한 수준의 일식 요리를 내놓는 곳은 많지 않다. 메바에소 시절에도 탈통영급 요리들과 가게에 구비된 다양한 주류에 반해서 단골이 됐었는데 지금은 오죽할까. 사장님께서 가게 오픈할 때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다. 실력의 포텐셜이나 개인적인 욕심은 이것보다 훨씬 깊은데 통영 사람들의 성향과 가격저항성 등을 고려해 먹히지 않을 듯한 음식, 주류는 과감히 쳐내고 좀 더 캐주얼한 면을 강조하신 것 같다. 그 점..
통영 꼼장어(곰장어) 맛집으로 이름 높은 산수갑산에 다녀왔다. 내가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인데 어쩌다 보니 나는 이번 방문이 처음. 꼼장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노포감성도 별로, 그리고 로컬 추천 맛집이라는 곳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뭐만 하면 현지인 추천, 현지인이 가는 등등의 말이 붙는데 너무 남발해서 이젠 그런 글이나 영상을 거르고 본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매체들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유명했던 곳. 허영만의 백반기행 등등의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다. 어쨌든 꼼장어를 좋아하는 장모님과 와이프가 가자고 해서 따라 다녀왔는데 동종 가게들이 집중되어 있는 거리에 있는 만큼 다른 집들과 큰 차별점이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이게 웬걸. 정말 탁월하게 맛있었다. 오독오독, 쫄깃하면서..
요즘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맛집 투어에 좀 소극적인 편이었다. 통영의 웬만한 가게들은 다 들러봤기에 가던 곳만 계속 가게 됐던 면도 있고(갔다가 블로그에 안올린 곳들이 더 많다. 전에 어떤 가게에 대해 직설적인 글을 썼다가 호되게 당해서). 김셰프의 잔술이라는 가게가 생겼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별다를 게 있겠냐 싶었는데 필스너우르켈 생맥과 슈나이더바이스 호펜바이세가 있다길래 오호?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방문하게 되었다. 가게는 그리 넓지 않았지만 예쁘게 꾸며져 있었고 꽤 안락한 느낌이었다. 조도가 낮은데 어두운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희귀한 위스키는 별로 없었지만 종류별로 유명한 것들은 거의 다 갖쳐줘 있었고 맥주도 꽤 다양했다. 생맥은 코젤 다크와 필스너 우르켈, 크릭분, 괴즈..
뭐라도 좀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할 것 같아서 지역 카페에서 추천받은 해물칼국수128의 삼만카세를 먹으러 갔다. 3인 이상이면 1인 3만원, 2인은 35000원이라 삼만카세라고 부른다. 홍보 사진의 비주얼이 꽤 괜찮아 보여서 기대하고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추천할만하지는 않았다. 밑반찬 맛이 괜찮아서 기대감이 커졌다. 기본기가 있는 집 같았다. 시작은 전복죽. 전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난했다. 메인인 참치. 비린맛이 없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싶었다. 솔직히 통영에서 먹는 참치는 큰 기대를 안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한치 물회도 무난. 엄청난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트 메뉴에서 이정도면 괜찮은 거지. 뿔소라, 멍게, 가리비, 문어숙회 한접시. 뿔소라와 멍..
개업 이틀째인 신상카페 저장고에 다녀왔다. 제주도에서 통영으로 업장 위치를 옮겨왔다고 하는데 위치 선점이 참 절묘했다. 히든에스프레소바라는 컨셉답게 나무로 가려진 언덕을 살짝 오르면 드러나는 건물, 근처를 꽤 자주 돌아다녔는데 이런 위치에 주택이 있었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살림집으로서는 그다지 쾌적한 곳은 아니었을 텐데 카페로 고치니 숨어있던 가치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억지로 꾸민 게 아니라 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공간, 요 몇 년간 이렇게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가 많아지긴 했지만 이만큼 느낌 있게 꾸민 곳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카페였다. 그리 넓진 않지만 통창이 많아 좁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책이나 소품을 올려둘 수 있는 깊고 넓은 통창..
통영에 네 번째 텐동집이 문을 열었다. 봉수골의 니지텐이 첫 번째, 무전동의 포텐이 두 번째였다. 다만 텐동123이 포텐 사장님의 전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곳은 같은 맥락으로 묶어도 좋겠다. 세 번째는 데메길의 코카모메. 그리고 이번에 터미널 근처에 문을 연 프랜차이즈 저스트텐동이 네 번째다. 포텐은 지금 문을 닫았으니, 현재 통영에 남은 텐동집은 니지텐과 코카모메, 그리고 이제 막 오픈한 저스트텐동까지 셋이다. 흥미로운 건, 현존하는 세 가게 중 두 곳이 봉평동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에게는 낯선 골목일지 몰라도, 현지인들에게는 사실 그리 편한 위치가 아니다. 그에 비하면 저스트텐동의 입지는 나쁘지 않다. 통영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접근성이 좋다고는 못하지만 세 가게 중 가장 유동 인구가 ..
덕둔버거가 문을 닫아서 아쉬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거제 아주동의 평화카츠를 거쳐 다시 둔덕의 버거맥으로 돌아왔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장님이 같으므로 버거맥=덕둔버거. 위치는 이전의 덕둔버거보다 더 찾기 쉬워졌다. 앞에 넓은 주차장도 있어서 이래저래 입지는 훨씬 나은 듯. 덕둔버거 시절에도 있었던 톰과 제리 버거 피규어. 이거 너무 사고 싶은데 생각보다 비싸더라. 인상적이었던 조던 사진. 시카고불스 굿즈가 놓여 있고 TV에서는 NBA 경기가 재생되고 있었다. 어딘가의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인테리어용으로 쓰려고 직접 사서 몰고 오셨다는 베스파. 여태껏 봤던 것 중에서 가장 관리가 잘 된 베스파였다. 맛이야 뭐 내가 따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미 덕둔버거..
한국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담임교사에게 내려진 천형, 매년 돌아오는 정리되지 않는 단어들과의 싸움-생기부 작성. 특기할 요소가 전혀 없어도 뭐라도 써내야 하는 이 괴로움을 동종 업계 사람이 아니면 어찌 이해하겠는가? 요즘 애들 말 안 들어서 가르치기 힘들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도무지 뭘 써야 할지 알 수 없는 애들에 대해서도 좋은 말, 가능성으로 가득한 말을 두드려가야 하는 생기부 작성의 괴로움은 모를 것이다. 수업하고 생기부 쓰고, 점심 먹고 생기부 쓰고, 청소하고 생기부 쓰고, 공문처리하고 생기부 쓰고.... 생기부로 점철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해 집 컴퓨터 앞에 앉아 생기부 쓰려다가 갑자기 짜증이 너무 나서 에라 모르겠다며 두꺼비 오뎅으로 피신했다. 날이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뜨끈한 국물, ..
일요일 하루종일 생기부를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며 괴로워했지만 현실은 소파에 누워 유튜브만. 웃고리즘 털보먹방 몰아보기를 하다 완미족발 먹는 에피소드에 완전 꽂혀서 고질적인 족발병이 도져버렸다. 현기증을 겨우 참아내며 족발 배달이 가능한 오후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배달 앱을 켰는데 제일 좋아하는 종로족발은 휴무, 유튜브에서 봤던 완미족발도 휴무, 원할머니 보쌈은 언제나 그렇듯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서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포기. 마지막 남은 대안인 각시왕족발은 몇 년 전에 보쌈을 몇 번 시켜 먹어 봤지만 요 근래는 어떤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후기를 보니 양이 정말 많다는 글들이 보여서 속는 셈 치고 도전했다. 30분쯤 기다려서 받은 족발 보쌈 세트는 포장부터 뭔가 담대해 보였다..
한동안 '방어, 방어, 방어는 방어력 향상에 좋지요.' 하고 근본 없는 노래를 부르다 한참 지난 생일 선물로 받은 통영사랑상품권 3만원치를 믿고 동네 횟집 모란포차에 방어를 먹으러 갔다. 메뉴에 대방어는 없고 야도(소방어)가 있어 뭐 방어가 거기서 거기지 하는 생각으로 주문하고 청량감 하나로 마시는 켈리를 들이키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오늘부터 대방어를 개시하는데 드시겠냐고, 아직 기름이 제대로 오르지 않아 맛은 아쉬울텐데 찾는 사람이 많아 일찍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다. 내 입장에서는 손해볼게 없는 제안이라 무조건 콜을 외치고 기다리니 곧 예쁘게 썰어진 한접시가 서빙됐다. 언제봐도 회를 참 예쁘게 담아내는 이 곳, 먹기 전에 이미 맛있었다. 나는 미각이 천해서 눈으로 더 잘먹는 사람이기에 보기에 좋으면 맛있다..
지난여름 절정으로 치달았던 더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낮의 무더위는 쉽사리 긴팔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만드는 이런 날씨가 복중 폭염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 세상이 모호해져만 가니 기후도 현대미술을 닮아가는 것인지. 계절이라도 고전주의처럼 스트레이트로 때려주면 좋겠다. 4계절이 뚜렷했던 예전의 우리나라가 너무 그립다. 기운도 없고 뭘 먹어야할지 감도 안 오고 해서 집 근처 국밥집에 들렀다. 통영에 온 이후 근 10년 동안 그곳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곳이다. 돼지국밥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옥동식이나 엄용백처럼 잡내 같은 것이 전혀 없어 깔끔한 느낌으로 먹고 나올 수 있는 곳은 몰라도 로컬의 느낌..
초저녁 더위를 뚫고 무전동에 새로 생겼다는 횟집 대원호 김선장으로 향했다. 요즘은 이런 상호명이 먹히는 시대다. 넓은 공간에 깔끔하게 꾸민 가게에 쌍팔년도 감성의 이름. 음식만 맛있다면 히트 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힛 기다렸어요. 어서와요 하고 반겨주니 기분이 좋다. 고양이었으면 더 좋았을테다. 우리 집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네이버 지도상으로 660m에 불과. 하지만 올해 들어 최고 더웠다는 이 날의 더위를 뚫고 걷자니 6km는 되는 듯 느껴졌다. 데워질 대로 데워진 몸에 콸콸 쏟아붓는 차가운 켈리 한잔. 벌 수십마리가 목구멍 속에서 물어뜯는 듯한 탄산감. 이 첫잔의 쾌감은 정말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 메추리알 장조림, 양배추케요네즈샐러드, 삶은 완두콩, 씻은 묵은지, ..
1학기 끝나기 전에 여기서 반 단체 사진 한번 찍어야지 하고 학기 초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학식 하는 날에야 겨우 성공. 이 착한 녀석들아! 비가 보슬 보슬 내리는 와중에도 사진 찍힌다고 고생 많았다. 방학 건강하게 잘보내라! 무전동에 우동 판다라는 일식 우동전문점이 생겼다길래 방학식을 기념하여 방문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서 그냥 흔한 캐주얼 일식 프랜차이즈인줄 알고 들렀다. 손님이 많아 실내 사진은 제대로 못찍었다(렌즈도 40mm밖에 안가져 가서). 전형적인 일식당 스타일의 인테리어. ㄴ자로 배열된 다찌 자리10개가 끝 가게가 좁은 편이고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는다. 점심 시간에 좀 늦게 갔는데도 웨이팅이 있었다. 에비텐 우동. 그냥 레토르트 우동에 미리 준비해둔 냉동 새..
부처님 오신 날이자 스승의 날이었던 휴일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산책 나갔다가 북신시장까지 갔는데 우연히 서초갈비식 암퇘지 로스구이를 판매한다는 현수막을 발견했다. 서초갈비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연예인 맛집으로 여러 유튜버들이 방문해 어그로를 끌어 화제가 됐다. 저걸 저 가격에 먹을 필요가 있냐는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응이었는데 얼마 전 육대빵이라는 식당에서 서초갈비와 같은 고기(?)를 납품받아 판매한다는 얘기가 돌며 대박이 터졌다. 이후 전국 곳곳에 유사한 식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드디어 통영에도 상륙. 다른 지역까지 달려가 맛볼 생각은 없었지만 집 근처니 한번 도전해봐도 괜찮지 않겠나 싶어 저녁에 가족들을 데리고 방문했다. (스승의 날 자축 회식) 1판 500g 일반 식당에서 파..
진주에서 귀한 형님들이 오신다기에 좋은 곳이 없을까 물색하다가 추천받은 곳이다. 방어 코스를 예약하고 갔는데 솔직히 곁들임으로 나오는 것들을 보고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다. (코다리 조림, 멍게무침, 생율 등등.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하지만 메인인 방어회 나오는 거 보고 묵묵히 엄지를 치켜들었다. 맛부터 플레이팅, 압도적인 양까지 뭐 하나 모자람이 없다. 함께한 형님들도 대만족. 통영에서 대방어를 먹으려고 하면 이 집으로 가시라. 압도적인 친절함과 하이 텐션을 보여주는 여사장님의 고퀄 입담, 서비스와 함께 대방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