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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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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야마 아키라 안녕히 모든 유명인의 죽음에 대해 신경쓰고 코멘트 하진 않지만 토리야마 아키라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는 뭐라도 끄적이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요동쳤다. 미우라 켄타로 때는 만화만 알고 살았던 그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는데 토리야마 아키라에 대해서는 그의 이른 죽음에 대한 아쉬움에 더해 내 삶의 한 부분이 사라진 듯한 공허함이 느껴졌다. 과장이 아니다. 진짜 기억의 한 조각을 통째로 덜어내는 것 같았다. 이건 80-90년대에 소년 시절을 보낸 이들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천전국민학교 앞 문구점 지혜사에서 500원짜리 만화책으로 만났던 드래곤볼은 분명 내 어린 시절의 8할이었다. 프리저와 싸우는 손오공을 그려서 6학년 6반 학급 게시판 우수 그림 코너에 올랐던게 내 인생 최초의 예술 분야..
지금 무진장 간절한 것 이게 벌써 3년전 사진인가? 코로나 한창이던 때 진주에서 술 말고 밥만 먹자고 모여서는 결국 진주탭룸에서 마시고 장어 집에서 마시고 ㅋ 학교 옮기고 적응한다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갑자기 이날이 그리워져서 사진을 꺼냈다. 행님들이랑 시원한 맥주 한잔 하고 싶구먼. 진주탭룸도 좋고 진주우동도 좋고 어디든 진주에서!
Just snap - PC 남녀갈등, 세대갈등, 소수자나 이민자 문제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을 장식하던 우리나라의 모든 문젯거리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젠 다 해결된걸까? 그 많은 사람들이 목놓아 울부짖던 정치적 올바름이 달성된 걸까? 바야흐로 태평성대로다. 외람되지만 태평성대로다.
골든리트리버 같은 녀석들 역시 나 같은 꼰대 남교사에게는 남고가 적절. 거대하고 귀여운 멍뭉이 같은 머스마들! 점심시간,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은 눈을 하고 급식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녀석들이 만들어낸 압도적 스케일의 풍경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아직 이런 느낌의 학교가 남아 있구나. 좋다 정말!
셰프장에서 메로구이에 아사히생맥으로 개학전 마지막 만찬 메로구이 44000원. 평소에는 비싸서 못먹지만 방학 마지막 날이라 호기롭게. 식사, 모임 시작과 동시에 털어넣는 생맥 한잔은 진짜 포기하기 힘든 즐거움. 개학을 앞두고 애정하는 이자까야 셰프장에서 술한잔 하고 들어와 1, 2월을 복기함. 1. 제일 의미 있었던 순간 :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에 다녀옴. 구본창의 항해 관람. 제자 채영이와 지수를 만남. 2. 제일 힘들었던 날 : 기대했던 일이 실패했음을 확인한 2월 27일. 3. 제일 즐거웠던 날 : 명촌횟집에서 JPNT 형들과 대방어 코스요리 먹은 날. 4.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확신을 갖고 걸어간다는 것에 대해. 이미 다가와 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 5. 방학동안 들렀던 카페들 : 올곧, 삼문당, 배양장, 플릭온, 엘리멘트브루, 목요일..
KFC 비스킷 예찬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1995년 가을 무렵, 진주 중앙시장 인근에 KFC 진주점이 오픈했었다. 가로폭이 좁고 세로로 길었던 매장은 3층까지 있었는데 그중 2층이 조용히 시간 보내기 너무 좋았던 공간이라 틈 날때 마다 치킨 한두조각에 비스킷 하나 주문해서 짱박히곤 했다. 켄터키 할배라고 부르던 커넬 샌더스 아저씨 조형물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힙한 느낌이었고 그때의 KFC는 지금과는 인상이 많이 다른 곳이었다. 그시절 진주고등학교 1-10반 반장이었던 나는 야자 도중 KFC 가고 싶다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교실에 있던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탈출을 감행, 매장 2-3층에 전세 낸듯 앉아 치킨버거를 먹고 돌아오기도 했다. 가방 챙기러 들어가다가 야자감독이셨던 지옥의 빽핸드 오용식 선생님께 걸려서 먹은 거 다 토해..
삼일절 진주 엘리멘트 브루에 어머니 삼일절에 어머니 뵈러 진주 갔다 옴. 노인들도 비싸고 맛있는 집, 분위기 좋은 카페 좋아함. 올해는 어머니 모시고 카페 투어 다닐 예정. 다들 부모님 모시고 좋은 곳 많이 다니시길. 진주 평거동 동백당 히츠마부시. 진주에서 맛본 장어덮밥류 중에 히츠마부시라고 부를만한 음식은 처음이었음. 가게 인테리어가 그동안 가봤던 히츠마부시 전문점들의 그것과는 100년 정도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예전 지방 신도시 파스타집 분위기.)인게 아쉬웠다. 솔직히 동경식탁이나 해목 등에 비길 수준은 아니지만 진주에 히츠마부시라고 부를만한 곳이 생긴 것 만으로도 너무 좋다. 엘리멘트브루. 진주에서 꽤 유명한 집이니 설명이 굳이 필요할까 싶다. 브루잉 커피는 엄청나지 않지만 모자라는 부분도 두드러지지 않는. 분위기가 참 좋은 곳...
비너스와 아야나미 레이 사이 예술과 서브컬처의 사이. 경계가 희미해져 가는 듯 하지만 사실 확고한 AT필드로 영역이 나눠져 있다. 그 사이를 넘나들 수 있는 키는 무엇일까? 고도로 발달한(대중성을 확보한) 서브컬처는 예술이 되는 걸까? 고도로 발달한(지극히 마니악한) 서브컬처는 예술이 되는 걸까? 서브컬처도, 예술도 소수가 주도하는 것이라는 점은 같은데. 막대한 자본이 얽혀 움직인다는 점은 같은데. 서브컬처와 예술 양쪽에 양다리를 걸치고 서서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오타쿠의 입장에서 볼 때 팝아트는 서브컬처로서의 깊이가 너무 약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서브컬처로서의 깊이를 너무 갖추면 팝아트로서 존재하지 못한다. 얇은 종이 같은 그 한 지점. 그것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