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직종에 대한 고민이 많은 무렵이다. 올해 학교를 옮기면서 더 심해진 부분이 있는데 지난 학교까지는 그래도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던 제자들이 얼마 정도는 있었기에 그들의 성장을 바라본다거나 하는 재미나 보람이 존재했었지만 이번 학교에서는 그런 부분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15년간 한번도 안쉬고 맡아왔던 담임을 하지 않는 것 때문에 그런 기분이 커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성부장이라는 직책은 학교의 모든 학생을 챙겨야하는 위치이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학생과도 제대로된 교류를 할 수 없는 보직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성향은 나날이 바뀌어가고(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인지는 모르겠다.) 그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이 계속 힘들어져만 가는 지금 나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할까. 가끔 겪게되는 학생들의 개..
아침에 교문지도를 하는데 교복 안입고 온 학생이 있어 사유를 물었더니 짝다리 + 팔짱끼기 + 턱치켜들기 + 기분나쁜 표정 의 필살기를 모두 모아 시전하며 땀이 나서 안입었다는 말을 하더라. (컬러렌즈나 귀걸이 같은건 이야기도 안꺼냈고 단지 교복 안입은 이유만 물었는데.) 욕설이나 인격 모독적인 말,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면 교사가 힘들어지는 시기이기에 학생의 행동이 잘못된 이유를 설명하며 한 10분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고 그냥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긴 지금 상황에서는 그 학생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게 잘못된 교육인지도 모르겠다. 학생이 교복을 입기 싫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이 시대 학생부장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그걸..
만18세로 선거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내가 근무하는 통영여자고등학교의 3학년 학생 중에도 72명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방학 동안 새내기 유권자 교육을 위한 자료 보내고 안내문자도 수차례에 걸쳐 보냈으며 담임과 교과 선생님들을 통해 온라인 수업으로 선거시 유의해야할 사항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였으나 그래도 맘이 놓이지 않는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혹시라도 투표소 내에서 사진찍어서 SNS에 올린다거나 그외 법적으로 금지된 행동을 해서 뉴스의 한자락을 차지하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 선거 끝날때까지 조마조마 하며 보낼 것 같다. 별일 없이 넘어가야 할텐데. 72명 모두 처음 가지게된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현명하게 행사할 수 있기를, 별것 아닌 그 투표용지를 우리의 손에 쥐어주기 위해 독재, 불의와 싸워..
우리학교 학생은 750명 남짓. 개학하면 아침7시30분부터 등교하는 모든 학생의 체온을 체크해야 한다. 학생들을 10줄로 세워 교문을 지나게 하고 10여명의 교사들이 아침마다 나와 체온계로 1차 체크하고 체온이 높은 학생을 따로 격리해 2차 체크를 한후 그래도 높은 학생은 후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상급기관에서 내린 지시에 따라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전국 모든 학교의 등교 시간 풍경일 것 같은데 문제는 저렇게 했을때 아침 등교가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저 행위 자체가 야기할 수 있는 2차감염의 위험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역대책은 교문에 열감지기를 놓고 1차 체크를 한뒤 이상이 있는 학생을 걸러내는건데 가격이 너무 비싸 학교 예산으로는 살수가 없다는거다. 신종플루 때도, 메르스 때도..
너무 낯설고 남의 집 같기만한 이 풍경이 익숙한 나의 어떤 것으로 변해가는데 걸릴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다는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낯선 느낌을 오래 간직할 수 있어야 타성에 젖지 않는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낯설은 장소, 낯설은 얼굴들, 낯설은 공기, 낯설은 시간.... 오늘 하루 종일 나를 불안하게 만든 그 모든 것들이 때때로 내가 기억해야할 금언같은 존재들임을 마음에 다시 새긴다. 어찌되었든 첫발은 떼었고,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의 가치를 굳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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