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ragmentary thought/As teacher

(140)
부장은 왜 그리 미안한 것일까? 부장을 하면서 입에 붙은 말들이 있다. 미안한데..... 죄송한데.... 이해해주시.... 감사합.... 송구스럽습.... 왜 항상 부장은 미안하고 죄송하고 송구스럽고 감사해야할까. 이해는 못하겠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다. 부장을 한다고 나한테 좋은 것은 없는데. 사실을 말하자면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항상 미안하고 죄송해야할까. 오늘은 학생한테 뭔가를 시키다가 미안한데.... 할래? 라고 말하는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애한테 미안한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미안하다는 말을 했을까? 이제 그 말이 나의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시대는 그렇게 변해간다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3담임이라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학교에서 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업무였기에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게 교과 실력이든, 입시지도력이든, 아니면 인간관계든) 고3담임을 한다는건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고3 담임들을 대표하는 부장은 인문계고등학교 업무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한해의 입시 전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3학년 부장과 합이 잘맞는 교사들을 3학년 구성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흘러 입시 제도라는 것이 입시 전문 기관에서 배부하는 배치표 점수대로 자선 그어서 지원시키는 수준에서는 해결이 안되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발전해가고 있기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가장 중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 세상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게 맘 편하게 살아가기 위한 첫번째 조건인듯 싶다.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흘리는 것. 애써 피하지 않고 담담해지는 것이 강철 멘탈로 거듭나는 방법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이리 쓸데없는 걸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는지. 한번 틀어진 사이는 아무리 봉합해봐야 회복되지 않더라.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고 아니면 마음에서 놔버리는게 상책이다. 올해 나의 가장 큰 실수는 항상 말하는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내 스스로 져버렸던 것이다. 멀리서 바라볼 때 좋은 사람은 그냥 멀리서 보는게 제일 좋다. 굳이 가까이 두고 지내며 그의 흠결을 느낄 필요는 없으며 나의 모자란 부분을 그에게 드러낼 필요도 없다. 백번 좋다가도 한번의 실수로 틀어..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내년의 거취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몸도 마음도 너무 피폐해져 있는 지금 새로운 곳으로 옮겨 다시 시작하는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과 그래도 2년 동안 데리고 온 애들 대학은 챙겨보내고 옮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내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좋은 자리가 났을때 자리를 옮기지 않으면 정작 학교 만기가 되어 이동해야 할 때 어떤 고생을 하게될지 알 수 없기에 가고 싶은 학교가 생긴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긴 하다. 2학년 애들을 데리고 올라고 졸업시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그저 나혼자만의 감상일 뿐이지 사실 학년 애들이 나라는 교사에 대해 대단한 신뢰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이상한 신념도 근거 없는 망상일 뿐이다. 동료교사와의 관계나 학생과의 관계, 수업이나 업무 부분에..
이상한 책임감이 싫어라 밀려있는 일이 겹친데다가 자고 일어나니 허리가 너무 아파 학교에 가지 못했다. 방학 중인데, 보충수업도 없는데 그런데도 학교에 안가는게 왠지 꺼림직한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애들은 분명 학교에 잘올테고 학년부의 선생님들이 출석체크까지 다 해주실텐데. 이 이상한 부담감이 참 싫다. 언제부터였을까. 쉬는 날 쉬어도 쉬는것 같은 느낌이 안들기 시작한 때가.
흉몽 - 인생의 변곡점에 서서 새벽에 꾼 꿈이 너무 현실 같아서 해몽을 찾아보니 대표적인 흉몽이라고 한다. 하루종일 개운치 않은 기분. 꿈 하나에 이렇게 휘둘리는 이유는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학년 부장이라는거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직책이 내게는 누군가에게 보호 받던 교사에서 누군가를 보호해야하는 교사가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에 부담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만났던 부장님들은 계원들과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셨다. 그들이 겪어왔던 그 고뇌의 시간을 옆에서 직접 지켜본 나는 내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섭다. 아직 철이 덜 들었기 때문이리라. 평소 같으면 가장 부담없었을 시간, 춘계 방학을 앞두고 이리 저리 놀러갈 계획을 세웠을 이 하루 하루가..
국정교과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국정교과서 때문에 야기되고 있는 이 모든 혼란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쓰여지는 거라며 역사가들 스스로 자조해왔지만 그것이 이뤄지는 과정을 민주주의 국가에서 경험하는 것은 참으로 역겹고 짜증나는 일이다.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가 교과서만 바라보고 수업해 온 것은 아니니까. 정신이 올바로 선 교사들이 있고 그들이 학생편에서 바른 역사의 길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위안부 협상의 부당함을 주장하였으며,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것은 아직까지 그들의 역사 의식이, 시민 의식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우리 학생들은 그리 쉽게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교육의 주체인 우리 역사교사들 또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려고 교사됐나 자괴감이 들어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때 교사는 존재는 존재 이유를 상실하는데 지금의 내 상태가 딱 그런듯. 내년에 대한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학생 한명 때문에 우리 반 교실이 이리 불편하게 느껴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