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않기에 그것을 주 피사체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그중에서도 수국은 더더욱 기피했던 피사체다. 눈으로 보기는 아름다우나 사진으로 담으면 아무 느낌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왠일인지 마음이 동해 수국 사진을 한장 찍어봤다. 초여름에 수국이 핀다는 것을 알게 된게 언제의 일일까? 내 기억에 처음으로 남아있는 수국은 언제의 그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오늘의 수국을, 그 기억을 담아놓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이전의 흐릿했던 기억들과 달리 오늘 이후 기억 속의 수국은 이런 모습으로 선연히 남아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계절감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들어 초조해졌다. 특히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의 그 독특한 감각을 느낄 수 없어진다는게 못견디게 힘들었다. 올 여름도 피부로 느껴지는 어떤 것이 없어 또 그저 그런 시간이 되어가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신기하게도 내가 찍은 사진 속에서 그 여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한궤도 시절의 신해철이 부르는 노래가 들리는 듯한 그 감각. 내 유년의 여름이 몇장의 사진 속에 수줍게 담겨 있었다.
언젠가부터 계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계절 중에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여름이었으나 몇년전부터 여름의 그 생동감, 더위 속에서 느껴지던 묘한 청량감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삶이 무미건조해지고 있음을 느끼며, 남들은 공감 못할 그 상실감 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며칠을 지나 오늘 진진이에게서 내가 잃어버렸던 감각을 보았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뛰고 또 뛰고 또 뛰려는 진진이에게서 언젠가의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잠시나마 살아난 그 여름의 느낌. 아들의 등에서 묘한 향수를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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