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용현면에서 바라봤던 진교 금오산의 일몰. 2010년을 전후해서 저곳에 일몰 찍으러 참 자주 다녔었는데. 크게 의미있는 사진은 한장도 찍지 못했지만 그냥 셔터누르는게 좋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게 좋았고, 돌아오면서 술한잔 나누는게 좋았다. 지금은 사진을 훨씬 더 잘찍고 더 많은 것을 이뤘는데 왜 그 시절만큼 재미가 없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구형 중의 구형이 되어버린 니콘 D800E로 찍었던 사진인 것 같은데 소니로 찍은 것과 달리 계조가 잘 살아있는 것 같아 오랜만에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는 귀찮아서 주력기 브랜드를 교체하는 일은 없겠지만 니콘의 색감과 베일듯 날카로운 이미지는 가끔 그리워지기도한다. 사진 생활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기를 함께했던 브랜드여서 그런 거겠지.
실패를 크게 겪어보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는 찾는 마음만큼 찾아지는 마음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그 상대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 혹은 맞지않은 일이라면 내 마음의 깊이만큼 반응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걸 이제는 안다. 그래도 사진에서만은 찾으려 노력하는만큼 눈에 들어오는 어떤 것들이 생겨난다. 내가 의미를 부여하며 담아내는 것들은 남들이 보는 것과는 다른 풍경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사진 찍는 행위 그 자체를 좋아하고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퇴근해서 거실 창으로 바다를 바라보다가 일몰이 꽤 예쁠 것 같아 촬영겸 산책을 하러 나갔다. 북신만 한 가운데로 일몰각이 잡히는 시기. 아마도 이곳이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름다운 일몰의 절정은 너무나 짧고 식어버린 해가 떨어진 이후의 풍경은 직전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정적이고 초라하기만 하다. 게다가 겨울보다 봄의 일몰이 더 쓸쓸하게 보이는건 왜인지.... 일몰 촬영겸 나간 집앞 산책에 왠지 내 기분마저 다운되어 버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꽤 멀고 힘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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