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시소 서촌. 그라운드 시소의 다른 공간들은 한 번도 안 가봤다. 사실 서촌에 있는 것도 지난번에 힙노시스 전시 보러 갈 때 처음 봤다. 서울 가면 맨날 돌아다니던 곳인데 그 골목길 사이에 이런 건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파놉티콘의 형태를 띠고 있는 건물이 언제봐도 인상적이다. 전시와 상관없이 건물 구경만 해도 재밌다. 오랜만에 여행겸 서울에 가는 거라 보고 싶은 전시 몇 개를 생각해 뒀는데 슈타이들 북 컬처가 1순위, 베르세르크 원화전이 2순위, 그리고 우에다 쇼지 사진전 모래극장이 3순위였는데 동선이 꼬여서 3개를 다 관람할 수는 없었고 슈타이들북 컬처도 긴 시간 머무르긴 힘들었다(우에다쇼지 모래극장은 인터넷으로 도록을 구매했으니 됐다치고, 베르세르크 원화전은 내년 초에 노려봐야겠다.) 사진 찍는 사람 중 슈타이들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에 실리는 그림이나 사진, 글뿐만 아니라 책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식되는 출판의 명가, 이곳에서 책 한 권을 내 보는 건 많은 사진가들의 꿈이 아닐까(적어도 나는 그렇다.). 전시 공간을 돌며 슈타이들 출판사 관계자들이 가진 확고한 신념과 장인정신이라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전시 내용이 정말 풍성해서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그라운드 시소 서촌의 전시 볼륨감은 거의 다 이런듯. 지난번에 봤던 힙노시스도 컨텐츠의 방대함에 혀를 내둘렀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하루 종일 머무르며 곳곳에 있는 전시물, 출판물들을 전부 다 챙겨보고 싶었다. 일반인이라면 전혀 느끼지 못할 종이, 활자, 색상, 인쇄방법 등의 디테일이 정말 남달라 보였다. 이런 세심함과 전문성이 모여 하나의 책이 완성되는 것이니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봐도 느껴지는 아우라가 서리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