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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가을아침 - Il Mondo

by coinlover 2024. 11. 9.

 

 

눈곱도 떼지 않은 흐린 눈으로 바라봐도 너무나 청명해 해상도가 1억 화소 이상은 될 것 같은 하늘, 아침 햇살이 적절한 각도도 내리비쳐 역광의 단풍은 별것 아닌 아파트 풍경을 윤슬처럼 반짝이게 만들고 그 옆으로는 고양이 활동가님이 차려준 아침을 태평하게 먹고 있는 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순간이었다. 냥이들 궁디 팡팡이나 해줄까 해서 내려 추리닝 위에 가디건 하나 대충 챙겨 입고 내려갔더니 그 사이에 봄이는 사라지고 아람이가 수풀 사이에서 새침하게 바라보고 있다. 꼬리를 앞으로 말아 앞발을 감싼 저 모습을 보니 몇 년 전 사랑했던 급소냥이가 생각났다(이젠 나도 이 동네에서 명멸했던 길냥이들을 추억하는 사람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다니는 걸 보고 초사이어인 같은 머리 꼴이 부끄러워져 집으로 돌아왔다. 커피를 한잔 내릴까 하다가 아침 운동 나간 와이프가 돌아오면 같이 마셔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미루고 핸드폰을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 지미 폰타나의 Il mondo를 재생했다. 요즘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다들 어바웃타임 때문에 좋아하게 됐다고 하는데 나는 뒤늦게 팬텀싱어에서 유채훈이 부르는 걸 보고 반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팝페라 형식으로 부른 것보다 약간은 투박한, 휴양지의 늦은 오후 라디오에서 재생되는 느낌의 원곡이 더 좋아졌다.

 

Il mondo
Non si é fermato mai un momento
La notte insegue sempre il giorno
Ed il giorno verrà

 

이 세상은

한순간도 멈추질 않지요. 

낮이가면 밤이 늘 따라오고

또 아침이 밝는답니다. 

 

불안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세상사는 돌고 도는 것. 최악을 찍은 우리나라의 상황도 돌고 돌아 정상을 향해 갈거라 믿으며 주말 아침의 작은 평화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