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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순간 순간 엄습해오는 우울함을 피하기 위해, 해일처럼 덮쳐오는 상대적 빈곤감을 막아내기 위해. 망가진 정신과 바스러져 버린 마음을 가진 이는 맥주를 마실 수 밖에 없다. 봄마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맥주를 마시고서야 겨우 훌쩍 다가온 봄의 형태를 느낀다. 이번주도 고생했다 가슴 설레기엔 나이를 먹은 모든 아이들!
일이 있어 잠시 들렀던 진주중앙시장,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갑작스레 대통령이 등장. 정말 지근거리에서 봤는데 TV에 나온 모습과 똑같더라. 장난끼 있는 아저씨 느낌이 참 좋았더랬다.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순간 순간 숨기고 있는 피로함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했다. 나 같은 일반인이라면 이미 나가 떨었졌을 정도의 강행군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나. 후지 GFX100S로 이런 사진을 찍는건 역시나 버거웠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경호원들로 둘러쌓여 이동하는 VIP를 순간 순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순발력있게 찍어야 하는데 AF 속도와 정확성이 따라가질 못하더라. 동선 예측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그래도 어찌 저찌 몇컷은 찍었네. 소니였으면 쾌적하고 편안하게 찍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
미국, 이스라엘, 이란, 호르무즈, 국제유가, 환율, BTS 등등의 주요 이슈와는 아무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는 통영고등학교의 이른 봄.
우스하리는 쇼토쿠글라스라는 회사에서 전구 유리 기술을 응용해 만든 브랜드인데 어느 순간부터 얇은 두께를 가진 잔은 다 그 이름으로 퉁치고 있는 것 같다. 이 잔은 도요사사키(일본 맥주 사은품 잔도 만드는 곳이라 맥덕들은 익숙할지도) 제품으로 쇼토쿠글라스제보다는 저렴한 편이지만 빛이 반사될 때의 그 묘한 느낌이 좋아 진짜 우스하리보다 애정하고 있다. 같은 질감을 가진 잔을 긴 것과 짧은 것을 두 개 갖고 있는데 전자는 맥주 마실 때, 후자는 커피 마실 때 주로 사용하고 있다. 맥주나 커피나 미각이 천한 나는 눈으로, 기분으로 마시는 편이라 어떤 잔에 따르느냐가 너무 중요하다. 가향 커피의 대명사(엘파라이소 농장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듯 하지만)로 알려진 엘파라이소 리치피치. 아이스로 마시기..
내 지난 삶에서 딱 1년만 지워버릴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을 2023년. 그해는 정말 최악의 최악의 최악을 거듭했던 해였다. 맞이 했던 상황도 최악, 만났던 이들도 최악, 나의 대응도 최악. 지금도 2023년만 생각하면 자연스레 몸서리를 칠 정도니....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 사람은 되도록 멀리하고 싶지만 이 바닥은 정말 너무 좁다. 내가 틈만 나면 진주로 달려가 이곳저곳을 걸으며 과거를 더듬는 습성이 생긴 것도 그 무렵이었을 거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나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싶어서. 통영은 내게 여전히 고립무원의 땅이고 위리안치된 유배지인 듯하다.
학기초는 모든 이에게 잔인하지만 특히 1학년 담임에게는 더더욱 힘들다. 글 몇줄 끄적거릴 시간도 없어서 일주일치 포스팅을 사진으로 대체.
아무리 표백해도 서로를 찔러 흐른 피로 짙게 물들었던 옷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는 없더라. 옅게 남은 오욕의 색,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배덕의 얼룩, 더 강한 표백제를 써서 몇 번이나 반복해도 천만 상할 뿐. 이제는 그 남루함이 원래 그러했던 듯 애써 모른 척 살아간다. 기름이 잔뜩 낀 떡진 머리로 때 끼고 헤어진 카라와 소매의 얼룩덜룩한 셔츠를 입고 철 지난 가다마이 어깨 위에 비듬은 드문 드문, 지난 시간이 남겨준 부채를 정리하지 못한 우리는 그런 누추한 모습이 당연한 양 살아간다.
교직에 계셨던 처이모부님께서 은퇴하시고 3월 3일 개학날 삿포로로 여행을 떠나신다는 얘기를 듣고는 너무 부러웠다. 개학날 홋카이도 여행이라니.... 마치 내가 떠나는 것처럼 설레여서 삿포로역 소라치 비어스탠드에서 전용잔에 따라진 생맥주 한잔을 그대로 들이키는 상상을 하다가 해외 직구로 소라치 1984를 구입하고 말았다. 버블 시절의 일본은 남아도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다양한 방면의 덕질을 시도했는데 소라치 에이스라는 홉 또한 그중 하나였다. 1984년에 삿포로맥주에 의해 개발된 이 홉은 당시의 일본 시장에는 먹히지 않았지만 크래프트 맥주의 시대가 도래한 후 미국의 브루클린브루어리에서 만든 소라치에이스가 대히트를 치면서 재평가되었고 2019년, 삿포로 소라치 1984라는 이름의 맥주가 출시되어 지금까지 인..
노안을 맞이한지 몇년이 지났다. 조금 일찍 온 것 같긴 하지만 노화는 세상의 순리이니 그러려니 하고 지내려 했는데 예전에 비해 사진 찍는게 너무 어려워져버린건 참기 힘들었다. 카메라 시도 보정을 해도 안경을 낀 시력에 맞춰져 뷰파인더 속의 프레임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안경을 끼면 가까운게 안보이고 벗으면 멀리 있는게 안보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상황, 다초점렌즈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잠시 체험해보니 적응이 어려울 것 같았고 괜찮은 건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게 이 플립 안경. 렌즈를 위로 올릴 수 있어 안경을 벗지 않고도 사진 촬영이나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문하고 거의 2주만에 받았는데 일반 안경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
아주 오랜만의 입학식 사진 촬영.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올 2월까지는 내가 학교에서 사진으로 나서야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박종혁이라는 훌륭한 기록자가 있었기에. 하지만 지금 저들의 순간을 기록해줄건 나밖에 없다. 만약 이 학년을 3년 동안 따라 올라가 졸업시킨다면 교직 인생의 마지막 한 주기가 끝나는게 아닐까? 다시는 이런 순간이 돌아오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통영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교 사진은 은퇴해야지 생각했는데 사람 일은 참 모르는거다. 예전같이 숨쉬듯 모든 순간을 기록하지는 못하겠지만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내가 쫓던게 태양인지 깃발인지 이젠 알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러, 그 깃발에 새겨진 문양이 무엇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눈이 아려와도, 눈이 멀어도 절대 포기하지는 못하는 것. 바라든 바라지 않든 다시 시작이다.
노트커피하우스. 진주에서 발견한 너무 좋은 카페. 타 지역 네임드 로스터리들의 원두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어 좋다. 커피 외의 음료, 디저트도 모두 하이퀄리티. 한번 들렀던 통영 뜨내기도 기억해 주셔서 감동했다. 자기가 마신 음료 카드를 저장해 기호에 맞는 음료를 추천해 주는 게 이 집의 시그니처 서비스. 정성 들여 포스팅하려고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메모리카드 오류로 다 날려먹.... 다음에 다시 가서 찍어와야 할 듯. 추억의 동네 마산 합성동 버스 터미널 뒷골목에서 만난 보석같은 카페로 내 취향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느낀 멋진 공간, 또 가고 싶다. 은퇴하고 딱 이런 가게를 열어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기며 살고 싶다. 여름날 오전에 들러 뭔가 끄적거리며 나른한 시간을 보내면 딱이겠다. 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