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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My Pearl

나의 진주 - 제일병원, 밀레다임커피 게이샤, 스시쿄우다이 고등어봉초밥, 진주과학교육원, 올디스 팥빙수, 진양호 동물원

by coinlover 2025. 2. 28.

 
 
와이프 검진 때문에 진주제일병원. 원래 이날 갈 게 아니었지만 개학하고는 시간을 빼기가 힘들 것 같아 미리 검진을 받고 검사 예약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와이프 직장은 연가 한번 쓰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이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침 일찍 움직여 병원 일정을 마치고 밀레다임 커피에서 커피를 한잔했다. 아침부터 진주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느끼는 게 사람의 습성, 진주를 떠나고 나서야 진주의 소중함을 느낀다. 
 
 

 
 
점심은 먹고 넘어가야할 것 같아 오랜만에 스시쿄우다이에 갔다. 어디서 홍보 동영상을 찍으러 왔는지 조명을 설치하고 음식을 찍느라 분주해 보였다. 영상 찍는 사람들의 장비는 매우 단출해 보였는데 아이폰 한대로 촬영을 진행하는 듯했다. 마침 내가 시킨 메뉴가 나와서 GFX100S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분들의 시선이 잠시 내게 쏠리는 게 느껴졌다. 여기 고등어 봉초밥 괜찮다. 제대로 만들기 쉽지 않은 메뉴라 이름 있는 일식집에서 먹은 걸 빼고는 다 실패했었는데 고등어 특유의 감칠맛은 조금 약했지만 비린내도 전혀 없고 꽤 맛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오리온 맥주를 한캔했다. 흐린 날씨에 오키나와 맥주, 마치 2015년 1월 진주고등학교 3학년부 남선생님들과 떠났던 오키나와에서 마신 그 맥주를 다시 들이켜는 듯했다. 그때도 하루 빼곤 내내 날씨가 흐려서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흑백으로 촬영해 놓은 게 대부분이었다. 달달했던 지난 추억 빠져 한 모금 마시자니 씁쓸한 오키나와 맥주가 외롭고 힘든 지금의 현실을 일깨워준다. 즐거웠던 교직 생활은 그때로 끝난 거였지 참.    
 
 

 
 
 
 
와이프 진주 출장이 있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다. 3.1일자 복직인데 그 전에 출장이라니 이게 왠말인가 싶었지만 어쩌겠나 이제 적응하고 살아야 하는데 큰 수술을 한 사람이라 장거리 운전을 시키는 게 마음이 안 편했다. 실제로 통영 시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운전은 절대로 맡기지 않았다. 당황하면 임기응변이 안 되는 사람이라 혼자 보내놓고 내내 마음 불편하게 있느니 그냥 내가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진주까지 차를 몰았다. 
 

 
 
 

 
진주 과학교육원에 와이프를 내려주고 연수 시간 동안 내내 남강을 따라 걸었다.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힘든 시간이었을거다.
 

 
 
밥생각도 별로 없어 신안동 올디스에서 팥빙수 한 그릇 먹으며 필요 칼로리를 채웠다. 지난여름에는 그토록 맛있던 한 그릇이 이날은 참 별로였다. 
 

 

 
 
신안동을 따라 걷다가 진양호까지 올라갔다. 동물원 입장료가 1000원이길래 오랜만에 동물 구경이나 할까 싶어 들어갔는데 늦은 오후의 따뜻한 햇살에 동물들이 모두 축 늘어져 있어 볼 것도 찍을 것도 별로 없었다. 일 마쳤다는 전화를 받고 돌아가 와이프를 픽업해 통영으로 돌아왔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빅웨이브 골든 에일 한잔. 아직 내 삶에 다가올 빅웨이브가 남아 있다고 기대하며. 낯선 동네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삶도 언젠가는 마무리될 거라 믿으며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골든에일을 단숨에 들이켠다. 
 
이틀 동안 진주 왔다 갔다 한 게 문제였을까? 아님 이틀째 되던 날 할 일이 없어 3만보를 넘게 걸었던 게 문제였을까? 몸이 고장 나서 골골거리고 있다. 나이가 무섭다. 개학 전까지 싸돌아다니지 말고 요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