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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달밤
퇴근 후 운동을 두시간하고 처가집에서 하루를 보내러 가던 길이었다.
달이 너무 환하게 빛나고 있어 대보름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매고 있던 카메라 가방에 100400GM과 2배 컨버터까지 있었지만
달을 클로즈업하지 않고 16mm 광각으로 담았다.
대보름의 달 답게 프레임안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얼마되지 않음에도
사진 전체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듯 빛나고 있는게 참 아름다웠다.
내 더위 사가라는 시덥지 않은 말을 건내며 웃음을 주고 받던 시절은 애저녁에 지나고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는 팍팍한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변함없이 빛나고 있는 듯한 저 달 어딘가에 기억 저장소가 있어
내가 잃어버린 어떤 모습들을 다시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뻘생각을 한 3초정도 하다가
미리 처가집에 가있던 진진이가 프리파라 카드를 빨리 안가져온다고 화내고 있던게 생각나서 걸음을 재촉했다.
사진을 찍고나서부터의 기억을 반추해보니 대보름의 달을 찍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달을 그렇게 많이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보름의 달은 왜 안찍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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