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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받으러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나요?라는 질문을 하셨다.

 

나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의사선생님은 대단히 의아해했다.

 

‘그럼 설명이 안되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면서 인지하지 못하시는건 아닌지요?’

 

의사선생님의 그 말에 지난 내 삶을 복기해보게 되었다.

 

나는 정말 스트레스를 안받고 있었는가? 아니면 받으면서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인가?

 

언제부턴가 그랬던 것 같다.

 

택시에 타면 기사님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에도 일일이 반응하며 맞춰주는 것처럼

 

사람들과 모이면 실없는 농담에도 맘에 없는 웃음을,

 

그리고 그들과 맞춰가기 위해 나 또한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색함을 싫어하는 내 성격이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게 만든 것이었다.

 

내 인간 관계는 상당히 원만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 뿐

 

내가 남에게 맞추는 그 행위를 멈추는 순간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것을 요 며칠간의 실험을 통해 깨닫고 말았다.

 

요즘의 나는 학교의 회식에도 잘 가지 않으며, 학교에서 급식도 잘 먹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남에게 맞추려고 하는 나의 소심한 성향 때문에

 

어느 자리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버린 것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으며 나를 가다듬어 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의 결핍이 지금에와서 사람의 감정을 갈구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확실히 다른 사람의 관심에, 애정에, 인정에 목을 매는 타입이었나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한 듯, 태연한 척을 해왔지만 누구보다도 사람들의 박수를 기대해왔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안쪽으로부터 좀 먹어 왔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그 해묵은 감정의 결핍이 가져온 부작용을 끊어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