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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일에 초빙교장으로서 진주고등학교에 부임하신 정명규 교장선생님께서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학교를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지난 4년간은 진고 역사에 있어 가장 드라마틱했던 시기였고, 그 수많은 난관들을 멋지게 극복하고  진고의 전성기를 


다시 가져오신 분이시기에 보내드리는 마음이 아쉽기 그지 없었습니다. 


처음 부임하셔서 진고에 뼈를 묻겠다는 취임사를 하실 때는 교장 한명의 열정이 과연 학교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괜히 힘들어지기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했었습니다. 


사실 교장 선생님은 저와 교육철학이 맞는 분은 아니셨습니다. 


학생을 강하게 통제해서 생활 태도를 바로 잡아야만 학교가 정상화되고 입시성적도 좋아진다는 지론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이미 변해버린 시대에 옛날옛적 강조되던 그런 가치관이 먹혀 들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진주의 모든 사람들이 진고의 화려한 부활을 말합니다. 


2012, 2013년에는 경남 공립고등학교 중 가장 우수한 입시 결과를 낸 학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진고는 학생들은 더할나위 없이 예의바르고, 교사들은 열정에 넘칩니다. 


이 모든 것을 교장선생님 혼자서 이룬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배의 선장으로서 키를 잡은 사람은 그분이셨죠. 


제가 개인적으로 교장선생님을 좋아했던 이유는 항상 모든 책임은 교장이 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고 


실제로 모든 부분을 책임지셨기 때문입니다. 


오전 6시에 출근해서 11시 30분에 퇴근하는 교장선생님은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정명규 교장선생님의 삶은 제게 참 대단해보이기만 했습니다. 


때로는 교장선생님의 학교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뒷담화는 할 수 없었습니다. 


교장의 열정이 학교를 바꾼다는 신념아래 자기를 버리고 달려드는 분을 어찌 욕할 수 있었겠습니까? 


정명규 교장선생님은 참 보수적인 분이셨습니다. 진짜 보수죠. 


아마 앞으로도 저는 교장선생님과 같은 교육철학을 가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교장선생님이시라는 것, 


지난 4년을 함께 보낸 것이 교사로서, 진고 후배로서 너무 영광스러웠다 것 입니다. 








인성지도부 김진석 선생님께서 식장 정리를 하고 계십니다. 


교장선생님을 보내드리는 날이라 조금은 침착한 분위기였으면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마음을 모른채 미친듯이 떠들고 있습니다. 









결국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짧은 묵념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야 장내 정리가 완료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맹세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버렸기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지는 않는 것 같군요. 










정명규 교장선생님의 이임사 시간입니다. 


평소의 행사 때도 연설을 길게 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학생들이 지루해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계시기에....


그런데 이날은 학생들을 자리에 앉으라고 하신 뒤 꽤 긴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에게는 드러내지 못했던 학교 선배로서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네요. 


중간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시는 모습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보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낯설지만 감동적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학생들도 숙연한 모습으로 경청했습니다.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누군가의 말을 듣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이 녀석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이 아닌가 싶네요. 









진고는 아직도 거수경례의 전통이 남아 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의 경례에 마지막으로 답을 하십니다. 







항상 수여하는 입장이셨던 교장선생님께서 전교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고 계십니다. 


감사패 하나로는 전하지 못할 깊은 마음이 부디 제대로 전해졌길 바랍니다. 









교장선생님의 가시는 길을 전교생이 합창하는 교가가 배웅합니다. 


학창시절에 불렀던 교가를 교장으로서 학교를 떠나며 듣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요? 


교직 생활 10년 밖에 되지 않은 저는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겠지요? 






지리산 높이 솟아 우리의 기상


흐르는 남강물은 맑고 푸르다.


역사 깊은 진양성 굽어보며는


사나이 젊은 힘이 솟아오른다. 


진고 진고 높은 이상을 영원히 영원히 지켜가자 


우리 진고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부른 듯한 교가가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