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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의 끝자락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결국 강원도 출사 감행이라는 결론으로 매듭지어졌었지만,

같이 가기로 한 이영우님께서 눈이 녹아버린 강원도는 별의미가 없다는 말로

꽃지 해수욕장 일몰을 강하게 주장하셨기에

동해에서 서해로 여행일정이 급 변경될 수 밖에 없었다.

출사계획은 다 동해로 짜놨는데 하루전에 서해로 변경된 까닭에

어떤 계획도 없이 그냥 꽃지 일몰을 보자는 일념하나로 떠난 서해 여행....

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게 되었다.

아침 9시 30분에 집에 마중온 김상진님의 차를 타고

아무 생각없이 전라도 지역으로 달리다 보니 날씨도 좋고 기분도 꽤나 상쾌했다.

꽃지로 가는 길에 평소 가보고 싶었던 전주 한옥마을과 전동성당에 들러보자는 말이 나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 출사는 처음부터 계획따윈 없었으므로

그냥 순간 순간 가보고 싶으면 가는 거였다 ㅡ_ㅡ;;;;

전동성당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천주교성당이다.

현재 전주시 안에 세워진 성당 중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호남 전체에서 최초로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1] 이다.

1937년에서 1957년까지 천주교 전주교구주교좌 성당이었으며,

건축물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영화의 촬영지나 결혼식 장소로 자주 쓰이기도 한다.

본당의 수호 성인은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이다.

-다음 백과사전 발췌


영화 '약속'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전동성당은

전주 한옥마을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야간 별궤적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몇번이나 와봐야지 하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거 하나보고 전주까지 오기가 힘들어서

보류하고 있었던 출사지였다. 밤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필이면

정확히 역광에 위치하는 시간에 도착해서 아쉬움이 좀 컸었다.


모델로 서있는 빨간코트의 여자분은 전혀 모르는 분이시다.

사진 찍고 있는데 미동도 없이 계속 서계셔서 그냥 넣고 찍었다.

찍고보니 포인트가 되어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ㅋ



전동성당 내부 모습 외부도 인상적이지만 내부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명동성당과도 비견될 만큼 아름다운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몰래 찍었다.

(미안해요. 근데 다른 관광객들도 다들 찍고 있어서 시류에 편승했어요. ㅠ_ㅠ 잘못했습니다.)



전동 성당에서 나와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경기전에 들렀다.


사적 제339호. 1410년(태종 10) 어용전(御容殿)이라는 이름으로 완산(完山)·계림(鷄林)·평양 등 3곳에 창건하여 태조의 영정을 봉안했고,
 
1442년(세종 24) 그 소재지마다 이름을 달리하여 전주는 경기전, 경주는 집경전(集慶殿), 평양은 영종전이라 했다.

관원으로 영(令 : 종5품) 1명, 참봉(參奉 : 종9품) 1명을 두었다.

임진왜란 때 경기전은 소진되었으나 영정은 묘향산 보현사(普賢寺)에 옮기어 보존할 수 있었다.

현재의 건물은 1614년(광해군 6) 관찰사 이경동(李慶仝)이 다시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중건한 것이다.

-다음 백과사전 발췌


뭐 그런 사적이었다. 근데 역사선생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역사에는 관심없이 사진에만..... ㅡ_ㅡ;;;;;

서해로 가는 길이 바빴기에 한옥마을 관광은 이 정도에서 그치고
 
전주비빔밥 한그릇을 뚝딱해치우며 전주를 떠나게 되었다.

전주 한옥마을은 겨울보다는 여름에 오는게 좋겠다는 종합적인 결론을 내리며....


예전부터 너무나 보고 싶었던 꽃지 일몰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는 설레임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서해로 달려갔다. 운전했던 운전하셨던 김상진은 피곤하셨겠지만 ㅠ_ㅠ

근데 서해 인근에 도달하니 여름 지리산의 안개와 맞먹는 해무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ㅡ_ㅡ;;;;

차들도 모두 속도를 늦추고 비상깜빡이를 켜고 운행하는 상태.

아 뭔가 좀 꼬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이때부터 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걸 어떡하겠는가? 낙장불입 정신으로

꽃지를 향해 계속 전진할 수 밖에 없는 것.
 
꽃지가 있는 안면도에 도달했을 때까지도 해무는 사라져줄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었다.

근데 이 해무 덕분에 예상외의 좋은 풍경을 구경 할 수 있었다.


해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안면도 소나무숲길의 환상적인 모습

달리던 차를 갓길에 세우고 미친듯이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ㅋ

평소 한번은 찍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안개속의 소나무 숲을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찍게되니 그저 황송할 따름 ^^


이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 우리는 드디어 목적지였던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에 도달했다.

그러나 우리를 반겨준것은.....


이런 환상적인 해무 속의 풍경이었다. ㅠ_ㅠ 

한치 앞을 바라보기 힘든 상황. 그야말로 五里霧中

윗 사진의 바다 오른쪽 윗쯤에 꽃지의 그 유명한 솔섬이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근데 정말 구경도 못했다. 일몰이 문제가 아니라 솔섬 모양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간절한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나게 되었다.

출사 나와서 여러번 실패를 경험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참패한 적은 정말 처음이었다.

 
실성한 나머지 택도 안되는 셀카질을 남발하고 있었던 나 ㅋㅋㅋ 정신줄을 놓은 해맑은 표정이시다~


해무 속의 연인들.... 그들은 이런 상황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보이지도 않는 바다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계시더라

꽃지 해수욕장의 전형적인 풍경을 전혀 보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이런 해무 속의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축복인 것 같았다.

남해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라 또 이런 사진을 찍은게 갑자기 고마워지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 속에 담았던 꽃지 일몰을 못봤다는 아쉬움을 어찌할 수는 없었고

일순간 우리 출사팀의 얼굴에는 어두운 정적(?)이 흘렀다.

이후의 일정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달려왔기에

꽃지 일몰 실패 후 우리는 목표를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영우님께서 인근에 있는 왜목마을 얘기를 하셨다. 서해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마을. 

딱히 갈곳도 없었던 우리는 그냥 왜목마을로 가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도착한 왜목마을에서 만나게 된 송전탑이 있는 풍경.....

이거 이외의 사진은 없다. 안개가 너무 짙어 찍을 수 있는게 없었다.

왜목마을에서 기억나는건 비싸고 맛은 없었던 조개구이, 시끄러웠던 노래방, 비싸기만 했던 모텔 등등이다. 사진은 없다. 정말..... 한장도 안찍었다 아니 못찍었다.


다음날 안개 속에서 느즈막히 아침을 맞은 우리는

그냥 진주로 복귀하자는 결의를 하게됐다.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 거 내려 가면서 갈만한 곳에 한번 들러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나는 평소부터 가보고 싶었던 채석강을 추천했다.

뭐 딱히 다른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지라 반대의견은 전혀 없었다.

채석강과 새만금이 있는 변산 반도까지는 2시간여....

기사식당에서 대충 아침을 떼운 우리는 변산반도를 향해 말없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신 풍경은 남극이나 북극이 아닙니다. 이곳은 서해의 새만금방조제입니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워 서해에는 유빙이 떠다닌다는 기사도 읽었었는데 바다가 언 모습을 실제로 보니 참..... 현실감이 없었다. ㅡ_ㅡ;;;;

어쨌든 순간 만나게된 아름다운 풍경. 그래도 아랫지방으로 내려오니 좀 나은 풍경을 보는 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변산 해수욕장의 전경.
 

우리들의 채석강 도착을 축하하며 비행운을 그리며 날아주시는 비행기 한대~


채석강 전경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졌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채석강은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닭이봉 일대를 포함한 1.5㎞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말한다. 흔히 강으로 오해되기 쉬운데 강이 아니고 바닷가의 절벽이다.

절벽은 마치 10,000권의 책을 쌓아 올린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여러가지 색이 조화를 이룬다. 채석강이 끝나는 북쪽에는 격포해수욕장이 있고,

닭이봉 꼭대기에는 팔각정의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위도와 칠산 앞 바다를 볼 수 있다.

채석강은 ‘변산 8경’중의 하나로 기이한 바위와 함께 빼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다.

-다음 백과사전 발췌


채석강의 프로필은 대충 이렇다.

평소 사랑해 마지 않았던 고성 상족암의 업그레이드 버젼일 것 같은 비쥬얼에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계획도 없이 훌쩍 들렀다가게 될 줄은 몰랐었다.

타이밍도 참 적절해서 들어가서 대충 사진 다 찍고 나니 만조 때가 되어 출입통제를 하더라는. 

고성 상족암과 제주도 용머리해안에서 받았던 느낌을 섞어놓은 듯한 곳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들렀던 출사지 중 만족감이 가장 높았던 곳~ 

꽃지에 대한 실망감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 


채석강에서는 한시간이 넘게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던 터라 몸에서 땀이 날 정도였다.

뭐 날씨가 따듯했던 것도 있지만 ㅎㅎ

채석강에서 그나마 기분을 푼 우리는 마지막으로 어디를 들렀다가 갈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무난하게 가까이 있는 곰소항과 염전을 들리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에 곰소 염전을 치고 달리기를 한시간 여.

차가 계속 전주를 향하고 있었기에 의아해서 네비를 다시 확인해본 결과

전주에 있는 식당인 곰소염전을 향해가고 있었던 것 ㅡ_ㅡ;;;;;;

그렇게 한시간 가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곰소항으로 고고씽


지나가는 우리를 반겨주는 오리떼의 군무 ㅋ


전국이 구제역으로 난리라 가는 곳 마다 방역....






곰소항의 환상적인 일몰

안개가 낀 바다 뒷편으로 떨어지는 붉은 태양이 이채로웠다.

어찌보면 열악하기만 한 출사 환경이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바다의 모습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곰소란 심마니들의 은어로 소금을 뜻한다고 한다.

곰소 지역은 염전으로 유명해서 젓갈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항구 인근에 젓갈 판매하는 곳들이 많았다.

요즘에 홀릭하고 있는 명란젓이라도 좀 사오는 건데... 집에 오고 나니 아쉽기 그지 없다.


곰소 염전에서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1박 2일의 짧았던 여행을 마쳤다.

계획없이 떠난 여행이었기에 동선 낭비도 너무 심했고

중간 중간에 있었던 좋은 출사지도 그냥 모르고 지나쳐 버렸다.

그러나 뭐 어떠랴. 이렇게 허술하게 떠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인 것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1박 2일의 아름다운 여행.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된 계획을 짜서 서해안을 공략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